[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독재자들은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더욱 오래 살게 마련이다.

무한한 파워를 지니고 있는 독재자들은 죽음마저도 초월해 계속 생명을 유지해 나갈 것처럼 보인다.

지난 30일 최후의 순간을 맞았던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그 순간 두건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기를 거부했다.

그러한 일종의 반발심은 사형에 처해진 후세인이나 병에 들어 쇠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피델 카스트로와 같은 독재자들에겐 무언가 특별한 이미지를 남겨주기도 한다.

생존해 있다는 것은 독재자들의 제1 요소이자 독재자들의 무자비함을 정당화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족장의 가을'이란 소설에서 그려낸 독재자의 이미지에 대해 작가 윌리엄 케네디는 "독재자들은 공포를 만들어내는 존재이자 스스로 공포에 휩싸이며 미치광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케네디는 "독재자들은 죽음에 이르러서야 자기중심적 악의 근원을 풀어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후세인을 만났을 때 또 그 후 카스트로를 만났을 때 느꼈던 것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죽음으로 다가가고 싶지 않다는 인상을 강하게 내비쳤다.

그들에게서는 또 자신들의 국민을 다른 사람이 통치하게 내버려 두고 싶지 않은 마음이 역력했고,역사가 자신의 의지를 꺾으려는 것을 좌시하지 않으려 했다.

후세인은 특히 그가 이라크를 통치할 때 자신을 꺾으려는 어떠한 의도도 용납하지 않았다.

후세인을 만나기 위한 사람들은 후세인 대통령궁에 있는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 하고 이상한 파란색 물로 손을 씻어야만 했다.

나는 후세인을 만나고 몇 년 후 후세인에게 독재와 학살을 멈출 것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발표한 적이 있다.

후세인이 변호사들을 통해 발표한 서한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작별 인사였다.

지난주 이라크 항소법원이 그의 교수형을 선언하기 하루 전 발표된 그 편지에서 후세인은 이라크 국민에게 "증오는 사람들의 평정심을 방해하기 때문에 미워하지 말라"고 적어 놓았다.

후세인 변호인단은 후세인이 그의 국민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경건하고 관대한 지도자로서 기억되게끔 의도했는지 모른다.

그것이 유용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후세인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미국이 점령하고 있는 지금의 이라크 상황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후세인 이미지를 새로 닦는 데 바쁘다.

나는 2003년 이전 이라크 국민 대부분은 후세인의 잔혹한 통치에 볼모로 잡혀 있었던 사람들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더 많은 이라크인은 후세인과 비슷하게 재물이나 힘을 얻기 위해 고문과 암살을 일삼고 있다.

이러한 이라크인들은 사담 후세인이 죽어서도 남긴 유산이다.

후세인은 아마도 자신이 쓰레기처럼 내버려지는 것보다 승리자의 초상으로서 냉혹한 최후를 맞길 원했을지도 모른다.

카스트로가 쿠바에서 여전히 관심을 받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이 글은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인 짐 호글랜드가 '독재자들도 멈출 수 없는 것(What the Dictators Can't Stop)'이란 제목으로 쓴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