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문제는 새해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 건'이다.

치솟는 집값 때문에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은 갈수록 멀어져 가고,경제를 견인하는 중요한 축인 기업가 정신은 맥이 풀려 흔들리고 있다.

참여정부 들어 경제가 5%를 밑도는 저성장 덫에 빠진 것도 따지고 보면 부동산 광풍의 탓이 크다.

13개 민·관 경제연구원장들이 올해 정부에 한결같이 부동산 시장 안정과 가계 부채 축소를 주문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집값 안정을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집값을 잡되 그 속도와 폭의 수위를 조절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값의 연착륙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일본 경제가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긴 고난의 길에 들어선 것은 부동산 가격의 '경착륙'에서 비롯됐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금융회사 부실화→내수 위축→경기 침체→부동산 가격 추가 하락으로 이어졌던 것이 일본의 경험이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금리 인상과 부동산대출 총량제 등 부동산 억제 대책을 단기간에 집중 시행했던 것이 상황을 결정적으로 악화시켰다.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 과정을 새삼 거론하는 것은 현재 우리의 상황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실제 집값은 수도권의 경우 참여정부 4년 동안 39%,서울 강남구는 81%나 올랐다.

특히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은 무려 275조원을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이 급락하면 가계 부채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인 올해 '가계발(發) 경제위기'를 경고하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가 금리를 올려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집값을 꼭 잡겠다"는 의지를 또 다시 강조했다.

정부가 그동안의 정책 실패를 만회하겠다며 집값을 잡는 데만 정책을 총동원해 결과적으로 경제를 수렁에 몰아넣는 우(愚)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지금은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기보다 국민들이 지나친 기대를 갖지 않도록 스스로 역할에 분명히 한계를 정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세금 폭탄'처럼 느닷없는 깜짝 정책과 '버블 세븐론'같이 현실과는 동떨어진 발상으로는 되레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올해는 가뜩이나 대선까지 겹쳐 선심성 개발 공약 남발이 우려되는 시기다.

정부는 "부동산정책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아껴라"는 전문가들의 충고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문희수 건설부동산부장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