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올해는 - (3) 성장잠재력 확충을] 기업의 氣 확 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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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 같은 규제 때문에 투자를 못하겠다."(기업)
"그럴 리가 없다.한 번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해보라."(공정거래위원회)
지난해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여부를 놓고 경제계와 공정위가 벌였던 입씨름의 한 토막이다.
재계는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폭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공정위는 규제와 투자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공방이 깊어지면서 감정 싸움의 양상까지 나타나기도 했다.
문제는 이처럼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는 동안 실제 필요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더 이상 국내에 투자하지 않고 현금만 잔뜩 쌓아 두는 경영을 한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다.
그 배경에는 생산비용 상승에 따른 해외 이전 압력 증가,노사관계 불안,정책의 불확실성,국내 경기 부진 등 수많은 요인들이 있지만 기업인들이 첫손가락에 꼽는 것은 정부의 규제다.
정부는 "규제 때문에 투자를 못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면 한 번 갖고 와보라"고 하지만 기업들은 "투자가 불가능하도록 이미 장벽을 쳐놓았는데 어떤 기업이 구체적으로 검토를 하겠는가"라고 반박한다.
◆규제는 성역인가
한 기업의 재무 담당 임원은 "기업 규제는 우리 사회에서 일종의 성역"이라며 "투자 허가 문제가 나중에 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를 낳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규제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사실 '규제론자'들과 투자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다 보면 도중에 경제논리가 실종되고 마지막에는 "당신은 결국 재벌을 봐주자는 것이냐"는 식의 얘기를 듣기 십상이다.
김종석 홍익대 교수는 "이런 분위기에서는 기업과 기업인들이 기를 펴고 경제활동을 하기 어렵다"며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지원하고 우대하는 풍토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확충은 요원한 일"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접근과 함께 수많은 규제의 토양인 우리 사회의 기업관을 제대로 확립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통령의 기업관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6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전략 보고회'에 참석,"기업 투자에 걸림돌이 되면 뭐든지 과감하게 제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부처 장관들이 투자환경 개선에 직접 나서도록 하되 잘 안 되면 내가 직접 나서겠다"고도 했다.
당시 기업들은 출총제 폐지를 비롯해 대폭적인 규제 완화를 기대했다.
하지만 어떤 가시적인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그 모든 이유를 얼마 전에 알게 됐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부산 북항 재개발 행사에 참석,우리 사회의 특권구조를 언급하며 "정부에서는 검찰이 센 편이고,정부 밖에서는 아무래도 제일 센 것이 재계고,그 다음이 언론"이라고 발언한 대목에서였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기업을 '특권 집단'이라고 인식할 정도로 반감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는 공염불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출자는 투자인가,아닌가
규제와 투자의 상관관계를 둘러싼 논쟁은 필연적으로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진다.
재계가 투자 규제 완화를 위해 기업 지배구조의 얼개인 출자구조에 대한 각종 규제(금산법 24조,공정거래법 11조 등)를 풀어 달라고 하면 정부는 "출자와 규제는 다른 것이기 때문에 투자 규제 완화와는 관계가 없다"고 대답한다.
반면 재계는 "어떻게 투자와 출자가 다르냐"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과연 어느 쪽 얘기가 더 설득력이 있는 것일까.
공정위 설명대로 출자와 투자는 다르다.
투자는 공장 건설과 같이 설비 등의 실물자산을 취득하는 것이고 출자는 다른 회사 주식을 취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자의 목적이 새로운 회사 설립이나 출자 대상 회사 설비의 증설을 위한 것이라면 투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세계적인 회사들도 처음에는 다른 기업들의 출자로 설립되었고 지금은 한국의 투자를 선도하고 있다"며 "출자가 투자와 다르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출자 이후에 이뤄지고 있는 투자를 보지 못하고 있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1999년 현대자동차에 인수된 기아자동차의 경우 2005년까지 총 7조2000억원의 시설투자를 실시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나라든지 기업에 활력이 넘쳐야 경제가 좋아지는 법이다.
생기와 활력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영활동에서 나온다.
일본은 2002년 우리나라의 출총제에 해당하는 주식보유총액제와 수도권 규제를 폐지했다.
사전적 규제를 완화해 기업의 자율성을 높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일본은 이듬해부터 투자가 살아나 경제 회복의 전기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산업 공동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국내 경기 또한 쉽게 회복을 점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돌파구는 기업가 정신을 고양시킬 수 있는 처방이다.
성장에 대한 욕구를 규제로 묶으려 드는 구조 속에서는 도전과 모험심으로 가득찬 기업가 정신이 자라날 수 없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
"그럴 리가 없다.한 번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해보라."(공정거래위원회)
지난해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여부를 놓고 경제계와 공정위가 벌였던 입씨름의 한 토막이다.
재계는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폭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공정위는 규제와 투자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공방이 깊어지면서 감정 싸움의 양상까지 나타나기도 했다.
문제는 이처럼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는 동안 실제 필요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더 이상 국내에 투자하지 않고 현금만 잔뜩 쌓아 두는 경영을 한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다.
그 배경에는 생산비용 상승에 따른 해외 이전 압력 증가,노사관계 불안,정책의 불확실성,국내 경기 부진 등 수많은 요인들이 있지만 기업인들이 첫손가락에 꼽는 것은 정부의 규제다.
정부는 "규제 때문에 투자를 못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면 한 번 갖고 와보라"고 하지만 기업들은 "투자가 불가능하도록 이미 장벽을 쳐놓았는데 어떤 기업이 구체적으로 검토를 하겠는가"라고 반박한다.
◆규제는 성역인가
한 기업의 재무 담당 임원은 "기업 규제는 우리 사회에서 일종의 성역"이라며 "투자 허가 문제가 나중에 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를 낳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규제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사실 '규제론자'들과 투자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다 보면 도중에 경제논리가 실종되고 마지막에는 "당신은 결국 재벌을 봐주자는 것이냐"는 식의 얘기를 듣기 십상이다.
김종석 홍익대 교수는 "이런 분위기에서는 기업과 기업인들이 기를 펴고 경제활동을 하기 어렵다"며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지원하고 우대하는 풍토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확충은 요원한 일"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접근과 함께 수많은 규제의 토양인 우리 사회의 기업관을 제대로 확립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통령의 기업관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6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전략 보고회'에 참석,"기업 투자에 걸림돌이 되면 뭐든지 과감하게 제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부처 장관들이 투자환경 개선에 직접 나서도록 하되 잘 안 되면 내가 직접 나서겠다"고도 했다.
당시 기업들은 출총제 폐지를 비롯해 대폭적인 규제 완화를 기대했다.
하지만 어떤 가시적인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그 모든 이유를 얼마 전에 알게 됐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부산 북항 재개발 행사에 참석,우리 사회의 특권구조를 언급하며 "정부에서는 검찰이 센 편이고,정부 밖에서는 아무래도 제일 센 것이 재계고,그 다음이 언론"이라고 발언한 대목에서였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기업을 '특권 집단'이라고 인식할 정도로 반감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는 공염불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출자는 투자인가,아닌가
규제와 투자의 상관관계를 둘러싼 논쟁은 필연적으로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진다.
재계가 투자 규제 완화를 위해 기업 지배구조의 얼개인 출자구조에 대한 각종 규제(금산법 24조,공정거래법 11조 등)를 풀어 달라고 하면 정부는 "출자와 규제는 다른 것이기 때문에 투자 규제 완화와는 관계가 없다"고 대답한다.
반면 재계는 "어떻게 투자와 출자가 다르냐"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과연 어느 쪽 얘기가 더 설득력이 있는 것일까.
공정위 설명대로 출자와 투자는 다르다.
투자는 공장 건설과 같이 설비 등의 실물자산을 취득하는 것이고 출자는 다른 회사 주식을 취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자의 목적이 새로운 회사 설립이나 출자 대상 회사 설비의 증설을 위한 것이라면 투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세계적인 회사들도 처음에는 다른 기업들의 출자로 설립되었고 지금은 한국의 투자를 선도하고 있다"며 "출자가 투자와 다르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출자 이후에 이뤄지고 있는 투자를 보지 못하고 있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1999년 현대자동차에 인수된 기아자동차의 경우 2005년까지 총 7조2000억원의 시설투자를 실시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나라든지 기업에 활력이 넘쳐야 경제가 좋아지는 법이다.
생기와 활력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영활동에서 나온다.
일본은 2002년 우리나라의 출총제에 해당하는 주식보유총액제와 수도권 규제를 폐지했다.
사전적 규제를 완화해 기업의 자율성을 높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일본은 이듬해부터 투자가 살아나 경제 회복의 전기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산업 공동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국내 경기 또한 쉽게 회복을 점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돌파구는 기업가 정신을 고양시킬 수 있는 처방이다.
성장에 대한 욕구를 규제로 묶으려 드는 구조 속에서는 도전과 모험심으로 가득찬 기업가 정신이 자라날 수 없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