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求鉉 < 삼성경제연구소장 >

지난해 한국경제는 원고와 고유가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전년보다 나은 5% 내외의 경제성장이라는 성적을 거뒀다. 이는 소비 투자 등 내수(內需)가 전년보다 개선되고 수출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들어 내수둔화로 성장의 탄력을 이어받지 못하거나,부동산시장의 불안이 지속된 점,그리고 정부나 기업 모두 미래를 위한 고민의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올해 세계경제는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그동안의 고성장세를 마감하면서 작년보다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EU 등의 성장세는 상대적으로 양호하겠지만,미국경제가 부동산경기 둔화 등으로 부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글로벌 달러화 약세가 계속되면서 원·달러 환율도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예년의 나홀로 강세 현상은 진정될 것이다. 국제유가는 이란 핵문제 및 산유국의 공급차질 우려가 여전하나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 등으로 지난해보다는 하향 안정될 것이다. 한편 북핵(北核) 문제는 군사적 충돌이나 북한의 급작스러운 붕괴로 연결될 확률은 낮지만 현재의 긴장국면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정해년 한국경제는 북핵문제가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전년에 비해 둔화된 4.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경제의 감속성장으로 수출증가율이 5년 만에 한자릿수로 둔화되는 데 비해 내수가 이를 보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수출은 전년대비 8.4% 증가하고,특히 경상수지는 수출부진과 서비스수지의 적자폭 확대 등으로 46억달러 적자가 예상돼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반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반기 경기는 수출을 중심으로 소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경제가 4.3% 성장할 경우 실제 경제성장률은 지난 한 해를 제외하고는 2003년 이래 지속적으로 잠재성장률을 하회(下廻)하게 된다. 올해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은 4.7%로 추산된다. 이는 한국경제가 아직 공급여력은 더 있지만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고,특히 유효수요가 부족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점은 2003~2006년 중 수출이 4년 연속 두자릿수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실제 경제성장률은 4% 초반에 그친 것에서도 확인된다.

소비가 부진한 것은 무엇보다 소득증가가 미흡하고 조세나 준조세 부담이 높기 때문이다. 5인 이상 전 산업 상용근로자의 월평균 실질임금 상승률은 지난해 1∼9월 평균 2.8%로 2005년 4분기(4.3%) 이후 3% 내외에서 정체되고 있다.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2005년 중 25.6%로 미국 및 일본의 수준과 유사해 준조세를 포함한 세부담이 높은 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택구입을 위한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나 사교육비 부담,노후 및 고용불안감 등을 겪고 있는 가계의 소비활동을 더욱 소극적으로 만들고 있다.

따라서 올해 한국경제의 성장활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가계의 소비여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감세(減稅) 정책을 통해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북핵문제가 악화되는 경우에는 소비와 투자심리가 냉각되면서 실물경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북핵문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대선(大選)을 앞두고 발생할 수 있는 정책혼선과 노사불안 등도 최소화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과거 한국경제는 두 차례의 오일쇼크,외환위기 등 수차례에 걸쳐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그때마다 큰 힘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하고 오히려 도약의 계기로 삼았다. 2007년은 예년에 비해 불확실성이 높은 한 해이지만,경제주체들이 하기에 따라서는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경제는 끊임없는 선택의 과정을 통해 변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