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올해는 - (3) 성장잠재력 확충을] 금고 먼지 털어내고 새 시장 찾아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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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우리 경제계를 풍미했던 경영 키워드는 '선택과 집중' '상시 구조조정' '시나리오 경영' 등이었다.
매출과 자산으로 기업의 순위를 매겼던 시절이 끝나고 투자의 효율성 제고와 재무구조 개선을 우선시하는 변화가 시작됐다.
하지만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기업들의 경영행태는 고규제-고지가-고유가 등 이른바 '3고(高)'의 경제여건과 맞물리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더 이상 끌어올리지 못하는 부작용을 야기했다.
대규모 투자나 신(新)사업은 갖가지 외부적인 규제나 '리스크 관리'를 중시하는 내부의 목소리에 밀려 좌초되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삼성 현대자동차 등 해외시장에서 비약적인 성공을 거둔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많은 기업들이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눈을 뜨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김주영 LG경제연구소장,정갑영 연세대 교수 등과 함께 주요 기업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해 '기업 신성장 전략 10계명'을 정리했다.
⊙블루오션으로 소비심리 깨워라
기업들의 고민 중 하나는 성장 약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다. 시장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필요로 하는 블루오션(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 전략이 없으면 고객의 닫힌 지갑을 열 수 없다. 카메라 화소 경쟁 대신 파괴적 디자인으로 블루오션을 개척한 휴대폰 업체,시장의 범위를 새롭게 정의해 '비고객'을 '고객'으로 끌어들인 남성용 스킨케어 업체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원천 경쟁력 키워라
지난해 우리 기업들은 매일같이 외환시세표를 들여다보며 살아야 했다. 좀처럼 꺾이지 않는 기름값도 환율과 함께 수출 채산성을 악화시켰다. 이 같은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선 원천 경쟁력을 쌓아야 한다. 디자인력,브랜드력 등 강력한 무형자산이 그것.실제 삼성 보르도 TV의 탁월한 디자인은 엔화 약세를 타고 공격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선 일본 업체를 따돌린 원동력이었다.
⊙현금을 쌓아놓지 마라
'IMF 외환위기 10년'이 가져다 준 부산물은 엄청나게 불어난 기업의 현금 보유량(약 63조2000억원).제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미국(136.5%) 등 선진국보다 훨씬 낮은 100.9%에 불과하다. 그만큼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당장의 재무건전성엔 긍정적일지 몰라도 미래의 수익성엔 치명적인 현상이다. 게다가 과도한 현금보유는 경영권 위협마저 가중시킨다.
⊙해외 M&A에 눈을 돌려라
2000년대 들어 기업 인수·합병(M&A)은 전 세계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성장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이미 만들어진 기술과 브랜드를 확보하고,사업을 다각화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어서다. 그동안 국내 구조조정 매물 인수에 공을 들여온 한국 기업들도 이제 해외로 눈을 돌릴 때다. 중국은 이미 2001년부터 기업들에 '쩌우추취(走出去ㆍ외국으로 나가라)'를 외치고 있다.
⊙중소기업도 세계로 나가라
삼성 현대차 LG 등 주요 대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부품·소재를 조달한다. 품질이 낮은데도 한국 중소기업 제품이라는 이유로 구매를 요청하는 건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중소기업도 과감한 R&D(연구개발) 투자와 혁신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통해 대기업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에 따른 산업 공동화도 완화시킬 수 있다.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라
글로벌 경쟁력은 글로벌 인재에서 나온다. 인재만 있으면 두려울 게 없다. 언어는 물론 글로벌 마인드와 실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다국적 기업을 꿈꾸는 회사라면 해외 인재를 중용하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서비스업에 과감히 뛰어들라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우리 산업의 구조를 바꾸는 일은 정부의 이벤트성 육성책으론 풀 수 없는 과제다. 우선 소비자들의 눈높이부터 높여야 한다. 법률 교육 의료 등 고부가 서비스산업은 소비자가 받아들이지 않는 한 사치품일 뿐이다. 서비스 산업의 수요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선 과감하게 시장을 개방해 좋은 서비스를 맛보게 해야 한다.
⊙IT뒤 이을 'XT'를 육성하라
정부가 이미 한국의 새 성장동력으로 삼은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우주기술(ST) 환경기술(ET) 문화기술(CT)을 하루빨리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IT처럼 미래에 한국을 먹여살릴 기술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체계적인 R&D를 위해선 각 산업 간 융합기술(XT:컨버전스기술)을 통해 시너지를 높이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노조, 밑에서부터 개혁하라
이미 민주노총 수뇌부에 개혁을 기대하긴 어렵다. 강성 단위노조의 지도부도 '제 머리를 깎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투쟁만이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조합원들이 움직여야 한다. 일자리를 우리 스스로 차버리는 우를 범한 후 지도부를 탓해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소모적인 투쟁은 성장을 가로막는다.
⊙'신(新) 정경유착' 문화 만들자
기존 정경유착의 고리는 끊어졌다. 정치 걱정없이 기업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건 고무적이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과의 대화 단절은 서로간의 이해 부족을 낳았다. 이윤창출이라는 기업 본연의 역할마저 무시된다. 대화가 이해를 높이고 이해가 규제 완화,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정경유착이 절실하다. 적어도 분기에 한 번씩은 청와대와 재계가 만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매출과 자산으로 기업의 순위를 매겼던 시절이 끝나고 투자의 효율성 제고와 재무구조 개선을 우선시하는 변화가 시작됐다.
하지만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기업들의 경영행태는 고규제-고지가-고유가 등 이른바 '3고(高)'의 경제여건과 맞물리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더 이상 끌어올리지 못하는 부작용을 야기했다.
대규모 투자나 신(新)사업은 갖가지 외부적인 규제나 '리스크 관리'를 중시하는 내부의 목소리에 밀려 좌초되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삼성 현대자동차 등 해외시장에서 비약적인 성공을 거둔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많은 기업들이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눈을 뜨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김주영 LG경제연구소장,정갑영 연세대 교수 등과 함께 주요 기업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해 '기업 신성장 전략 10계명'을 정리했다.
⊙블루오션으로 소비심리 깨워라
기업들의 고민 중 하나는 성장 약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다. 시장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필요로 하는 블루오션(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 전략이 없으면 고객의 닫힌 지갑을 열 수 없다. 카메라 화소 경쟁 대신 파괴적 디자인으로 블루오션을 개척한 휴대폰 업체,시장의 범위를 새롭게 정의해 '비고객'을 '고객'으로 끌어들인 남성용 스킨케어 업체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원천 경쟁력 키워라
지난해 우리 기업들은 매일같이 외환시세표를 들여다보며 살아야 했다. 좀처럼 꺾이지 않는 기름값도 환율과 함께 수출 채산성을 악화시켰다. 이 같은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선 원천 경쟁력을 쌓아야 한다. 디자인력,브랜드력 등 강력한 무형자산이 그것.실제 삼성 보르도 TV의 탁월한 디자인은 엔화 약세를 타고 공격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선 일본 업체를 따돌린 원동력이었다.
⊙현금을 쌓아놓지 마라
'IMF 외환위기 10년'이 가져다 준 부산물은 엄청나게 불어난 기업의 현금 보유량(약 63조2000억원).제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미국(136.5%) 등 선진국보다 훨씬 낮은 100.9%에 불과하다. 그만큼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당장의 재무건전성엔 긍정적일지 몰라도 미래의 수익성엔 치명적인 현상이다. 게다가 과도한 현금보유는 경영권 위협마저 가중시킨다.
⊙해외 M&A에 눈을 돌려라
2000년대 들어 기업 인수·합병(M&A)은 전 세계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성장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이미 만들어진 기술과 브랜드를 확보하고,사업을 다각화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어서다. 그동안 국내 구조조정 매물 인수에 공을 들여온 한국 기업들도 이제 해외로 눈을 돌릴 때다. 중국은 이미 2001년부터 기업들에 '쩌우추취(走出去ㆍ외국으로 나가라)'를 외치고 있다.
⊙중소기업도 세계로 나가라
삼성 현대차 LG 등 주요 대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부품·소재를 조달한다. 품질이 낮은데도 한국 중소기업 제품이라는 이유로 구매를 요청하는 건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중소기업도 과감한 R&D(연구개발) 투자와 혁신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통해 대기업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에 따른 산업 공동화도 완화시킬 수 있다.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라
글로벌 경쟁력은 글로벌 인재에서 나온다. 인재만 있으면 두려울 게 없다. 언어는 물론 글로벌 마인드와 실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다국적 기업을 꿈꾸는 회사라면 해외 인재를 중용하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서비스업에 과감히 뛰어들라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우리 산업의 구조를 바꾸는 일은 정부의 이벤트성 육성책으론 풀 수 없는 과제다. 우선 소비자들의 눈높이부터 높여야 한다. 법률 교육 의료 등 고부가 서비스산업은 소비자가 받아들이지 않는 한 사치품일 뿐이다. 서비스 산업의 수요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선 과감하게 시장을 개방해 좋은 서비스를 맛보게 해야 한다.
⊙IT뒤 이을 'XT'를 육성하라
정부가 이미 한국의 새 성장동력으로 삼은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우주기술(ST) 환경기술(ET) 문화기술(CT)을 하루빨리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IT처럼 미래에 한국을 먹여살릴 기술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체계적인 R&D를 위해선 각 산업 간 융합기술(XT:컨버전스기술)을 통해 시너지를 높이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노조, 밑에서부터 개혁하라
이미 민주노총 수뇌부에 개혁을 기대하긴 어렵다. 강성 단위노조의 지도부도 '제 머리를 깎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투쟁만이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조합원들이 움직여야 한다. 일자리를 우리 스스로 차버리는 우를 범한 후 지도부를 탓해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소모적인 투쟁은 성장을 가로막는다.
⊙'신(新) 정경유착' 문화 만들자
기존 정경유착의 고리는 끊어졌다. 정치 걱정없이 기업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건 고무적이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과의 대화 단절은 서로간의 이해 부족을 낳았다. 이윤창출이라는 기업 본연의 역할마저 무시된다. 대화가 이해를 높이고 이해가 규제 완화,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정경유착이 절실하다. 적어도 분기에 한 번씩은 청와대와 재계가 만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