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중산층 확충이 건전한 사회 건설의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서는 소득 이전을 통한 분배개선보다는 성장을 통한 중산층 복원이 정부가 추진해야 할 핵심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편을 가르는 '양극화'라는 용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경제 성장을 통한 중산층 육성으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투자 유인해 일자리 만들어야
기업들의 투자 정체가 성장 정체를 초래했고,중산층 몰락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많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이 무너져 지금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중산층을 육성하려면 투자를 살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그는 "기업들이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불안감 때문에 투자마인드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라며 "불안감을 덜어 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산층이 늘면 소비가 활성화되고 자영업자도 살아나게 된다.
그는 정부가 조세 노사관계 등에서 강력한 투자유인책을 제시,외국인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안전망 확충 필요
전태구 한국사회학회장(강원대 교수)은 "조기퇴직 실업 등 구조조정으로 인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지 못하게 된 것이 중산층 해체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퇴출이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중산층 확충을 위해 기본적 실직보장(실업보험)과 함께 교육 노동 주택에서 국가가 어느 정도 보살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퇴출된 사람들에게 고용과 재교육의 기회를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 전 교수의 주장이다.
시장원리를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사회정의 실현(균형 안정) 등을 동시에 충실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벌이' 위한 사회서비스 확대
안상훈 서울대 교수(사회복지)는 맞벌이를 위한 사회서비스 확충을 강조했다.
사회가 저출산 고령화 현대화 등으로 인해 가족 내에서 해결되던 '돌봄'과 관련된 서비스 수요가 많아졌지만 시장에서 공급이 원활히 안 돼 중산층의 경제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이런 사회서비스를 시장에만 맡겨 놓으면 구매력이 있는 가족과 그렇지 않은 가족 간 격차가 커지고 일부 가정의 고학력 여성들은 값비싼 서비스를 쓰다 직업을 포기하게 된다"며 "고학력 여성이 이런 사정으로 일을 포기하면 중산층 형성에 지장이 있을 뿐 아니라 국가생산성 저하로도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에 현금을 지원하는 복지정책은 소비수요를 창출하는 효과밖에 없지만 사회서비스를 늘리는 것은 일자리 창출에 인적자원 투자라는 효과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중산층 세부담 줄여줘야
중산층의 세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정부가 세율체제를 장기간 조정하지 않아 중산층의 세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금근로자 중 하위층 절반은 세금을 내지 않고 있으며,상위 20~50%에 있는 중산층이 근로소득세를 대부분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자영업자나 금융소득자에 비해 중산층의 과표가 불리하다는 게 안 교수의 설명이다.
시간이 흐르면 명목소득이 올라 높은 과표구간에 편입돼 물가상승률보다 세부담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핀란드와 미국처럼 물가 상승에 연동해 소득세율 구간과 각종 공제를 상향 조정하는 물가 연동 소득세제를 도입하고 의료비와 자녀 교육비 공제 한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삶의 기본' 특단의 주택대책 세워야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주택정책의 획기적 변화를 주문했다.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지만 주택 소유자는 전국적으로 54.2%에 불과하고,서울은 41.6%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는 "중산층 형성은 삶의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주택문제와 깊은 관계가 있다"며 "월급 모아서는 10~20년이 걸려도 주택을 살 수 없는 만큼 안정적인 중산층 형성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주택은 기본적인 삶의 조건인 데다 다른 상품과 달리 가격도 독과점적인 상품이라고 전제한 뒤 "국가가 싱가포르처럼은 아니더라도 고급주택을 제외한 중산층용 규모의 주택을 전체시장의 30~50% 정도 공급하는 정책을 고려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또 고령화,이혼 등으로 중산층에서 떨어져 나가는 가구를 복지정책을 통해 보완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