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트의 한미숙 대표(43)는 작년 말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이노비즈협회)의 제3대 회장에 내정됨에 따라 오는 2월 총회에서 회장에 취임하고 협회를 이끌게 된다.

지난해 9월부터 회장직무를 대행하며 실질적으로 회장직을 맡아온 한 대표는 새해 들어 눈코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회사의 신규사업 모델을 안정화시키고 협회 신임 회장으로써 협회의 비전을 마련하느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협회에 먼저 출근하는 것으로 하루 일정을 시작하는 한 대표는 임기 중 협회를 국내 중소·벤처기업 대표 단체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 대표는 방송·통신·인터넷의 융합시대에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서비스 플랫폼을 만드는 국내 몇 안되는 이노비즈 기업가다.

국내 시장 1위 점유율을 갖고 있는 이 회사의 주력은 기존 유·무선전화망과 인터넷 IP네트워크를 통합한 '차세대 지능망 서비스 플랫폼'이다.

한 대표는 중소기업인들 사이에 손가락에 꼽히는 몇 안되는 '여걸'로 한국 IT산업을 이끄는 대표 엔지니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14년간 근무한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와 2000년 1월 베리텍(현재 헤리트)을 차렸다.

그의 사업은 기술력과 여성 특유의 친화력이 토대가 돼 굵직한 사업을 잇따라 따내며 이 분야 선도기업으로 자리잡아갔다.

2002년에 KT의 지능망-인터넷 연동장치 구축사업자로 선정된 데 이어 2003년엔 SK텔레콤의 멀티서비스 지능망 상용플랫폼 공급 및 서비스 개발에도 참여했다.

같은 해 KT가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개방형 서비스 사업의 첫번째 MSP(Master Service Provider)로 선정돼 유선전화와 휴대폰 인터넷을 결합한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회사는 2004년에는 경쟁관계에 있는 SK텔레콤과 KT의 광대역통합망(BcN) 시범사업 컨소시엄에 동시에 참여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한 대표는 IT벤처기업은 눈앞의 사업 성과에 연연해 하지 말고 내일을 준비하는 '계단식 경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IT기업은 R&D에 투자해 차세대 서비스를 준비하고 출시하는 기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때 회사의 매출액은 늘지 않고 수익성은 나빠집니다.

일종의 캐즘(chasm,낭떠러지 사이의 깊은 틈새)에 빠지는 기간이죠.이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다른 곳에 성급하게 눈길을 돌리면 절대 안됩니다."

그는 얼마 전 인터넷 전화(VoIP)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적자를 내고 빠져나온 뼈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한 대표는 "2005년에 외형을 키울 생각에 15억여원을 투자했다가 몽땅 까먹고 적자를 내면서 그동안 쌓아왔던 신뢰까지 잃는 아품을 겪기도 했다"며 "하지만 지난해 각고의 노력 끝에 매출 74억여원,순익 3억여원을 내며 반전했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최근 중국시장을 잇따라 뚫어 향후 '먹을 거리'를 확보했다.

헤리트는 차이나모바일을 통해 중국 지린성의 이동통신가입자 1200만명에게 개방형 서비스 플랫폼을 이용한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작년말부터 제공하기 시작했다.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도 응용 서버를 공급하기로 했다.

사업시작 1년후부터 중국을 제집 드나들듯 한 한 대표의 부지런함이 중국시장을 여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