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달라지고 있다 - (下) 교육현실 불만 높아] '붕어빵 교육'으로 시간만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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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학교 2학년이 되는 김주혁씨(21·연세대)에게 고교 시절에 대해 묻자 "대입 준비에 바빠 수업 시간에 다른 공부를 하거나 멍하게 있었지 어떤 수업을 받았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씨는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을 한 교실에 모아 놓고 어중간한 수준의 수업을 하다 보니 수업에 대한 흥미도 안 생기고 대입에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대입은 대부분 학원에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2학년 무렵부터 엇비슷한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서 공부하는 외국어고에 도전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붕어빵 교육'이 탈한국 풍조 부추겨
대학생들은 자신이 초·중·고교에서 받았던 교육에 불만이 많다.
복잡한 대입제도로 책상머리에 앉아 있어야 했던 시간도 길었고 마음 고생도 많았지만 학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고등학교에서 배운 것은 인내심 뿐"이라는 극단적인 대답도 서슴지 않는다.
대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평준화 교육 시스템에 대한 불만은 한국경제신문과 중앙리서치가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남녀에 따라 400명씩 총 800명의 서울소재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현재의 평준화제도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53.0%)이 찬성 의견(46.9%)을 앞질렀다.
'반(反) 평준화' 경향은 남학생이 더 뚜렷하다.
남학생의 경우 전체 응답자의 57%가 평준화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교육에 대한 불신은 '탈한국 풍조'로 그대로 연결된다.
대학생들에게 본인 또는 자녀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해외 유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4명 중 3명꼴인 74.7%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이번 설문과 관련해 "대입을 거친 학생들을 만나보면 평준화된 교육시스템이 입시경쟁과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다양한 교육의 기회도 박탈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내가 받는 교육의 질 높아진다면 기여입학도 OK
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 등은 교육당국이 대입에서 금하는 이른바 '3불(不)정책'이다.
이 중 기성세대들 사이에 '금지하는 것이 온당하다'며 특히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제도가 기여입학제다.
기여입학이 허용되면 '아무리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공부를 잘해 명문대에 입학하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서민들의 '신화'가 깨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평준화제도에 비판적인 정치권에서도 기여입학 문제는 가급적 손을 대지 않으려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대학생들의 생각은 기성세대와 조금 다르다.
'부유층 자제가 기부를 통해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배가 아프긴 하지만 나의 학습환경에 도움이 된다면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견해가 점차 대세가 되고 있는 것.기여입학제에 대한 생각을 묻는 설문에서 대학생들의 54.8%가 '찬성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대학생들의 생각이 점차 실리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대 3학년에 재학 중인 이현준씨(25)는 "잘사는 집 아이들은 한국의 명문대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기부금을 통해서라도 해외 명문대에 진학하고 결국 좋은 '스펙'을 만들어 한국에 돌아온다"며 "기여입학제가 허용된다면 외국의 교육기관을 배불리는 대신 주변의 가난한 학생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데 기여입학제를 왜 반대하느냐"고 반문했다.
○결혼·입양 개인의 선택대로
이성교제와 결혼,자녀 문제에 대해서도 한층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최근 대학생들의 특징이다.
결혼 후 배우자의 혼전 성관계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개의치 않는다는 의견이 47.3%,교제시 서로 합의한다면 혼전 성관계가 무방하다는 데 찬성하는 비율이 52.9%로 절반을 넘었다.
결혼도 점차 개인적인 '선택사항'이 되는 추세가 뚜렷하다.
응답자의 40.5%가 결혼을 꼭 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고 중립적인 의견까지 합칠 경우 무려 65.3%가 결혼에 대해 비교적 자유로운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입양에 대해서도 63.1%가 부부만 합의한다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답변,이전 세대와 달리 입양에 대해 상당히 적극적이고 호의적인 경향이 짙은 것으로 분석됐다.
송형석·문혜정 기자 click@hankyung.com
김씨는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을 한 교실에 모아 놓고 어중간한 수준의 수업을 하다 보니 수업에 대한 흥미도 안 생기고 대입에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대입은 대부분 학원에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2학년 무렵부터 엇비슷한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서 공부하는 외국어고에 도전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붕어빵 교육'이 탈한국 풍조 부추겨
대학생들은 자신이 초·중·고교에서 받았던 교육에 불만이 많다.
복잡한 대입제도로 책상머리에 앉아 있어야 했던 시간도 길었고 마음 고생도 많았지만 학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고등학교에서 배운 것은 인내심 뿐"이라는 극단적인 대답도 서슴지 않는다.
대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평준화 교육 시스템에 대한 불만은 한국경제신문과 중앙리서치가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남녀에 따라 400명씩 총 800명의 서울소재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현재의 평준화제도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53.0%)이 찬성 의견(46.9%)을 앞질렀다.
'반(反) 평준화' 경향은 남학생이 더 뚜렷하다.
남학생의 경우 전체 응답자의 57%가 평준화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교육에 대한 불신은 '탈한국 풍조'로 그대로 연결된다.
대학생들에게 본인 또는 자녀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해외 유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4명 중 3명꼴인 74.7%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이번 설문과 관련해 "대입을 거친 학생들을 만나보면 평준화된 교육시스템이 입시경쟁과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다양한 교육의 기회도 박탈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내가 받는 교육의 질 높아진다면 기여입학도 OK
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 등은 교육당국이 대입에서 금하는 이른바 '3불(不)정책'이다.
이 중 기성세대들 사이에 '금지하는 것이 온당하다'며 특히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제도가 기여입학제다.
기여입학이 허용되면 '아무리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공부를 잘해 명문대에 입학하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서민들의 '신화'가 깨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평준화제도에 비판적인 정치권에서도 기여입학 문제는 가급적 손을 대지 않으려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대학생들의 생각은 기성세대와 조금 다르다.
'부유층 자제가 기부를 통해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배가 아프긴 하지만 나의 학습환경에 도움이 된다면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견해가 점차 대세가 되고 있는 것.기여입학제에 대한 생각을 묻는 설문에서 대학생들의 54.8%가 '찬성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대학생들의 생각이 점차 실리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대 3학년에 재학 중인 이현준씨(25)는 "잘사는 집 아이들은 한국의 명문대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기부금을 통해서라도 해외 명문대에 진학하고 결국 좋은 '스펙'을 만들어 한국에 돌아온다"며 "기여입학제가 허용된다면 외국의 교육기관을 배불리는 대신 주변의 가난한 학생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데 기여입학제를 왜 반대하느냐"고 반문했다.
○결혼·입양 개인의 선택대로
이성교제와 결혼,자녀 문제에 대해서도 한층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최근 대학생들의 특징이다.
결혼 후 배우자의 혼전 성관계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개의치 않는다는 의견이 47.3%,교제시 서로 합의한다면 혼전 성관계가 무방하다는 데 찬성하는 비율이 52.9%로 절반을 넘었다.
결혼도 점차 개인적인 '선택사항'이 되는 추세가 뚜렷하다.
응답자의 40.5%가 결혼을 꼭 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고 중립적인 의견까지 합칠 경우 무려 65.3%가 결혼에 대해 비교적 자유로운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입양에 대해서도 63.1%가 부부만 합의한다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답변,이전 세대와 달리 입양에 대해 상당히 적극적이고 호의적인 경향이 짙은 것으로 분석됐다.
송형석·문혜정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