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 계산대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당신 앞에 끼어든다.

어떻게 하겠는가.

그를 한쪽으로 거칠게 밀어내거나 계산원에게 '이 사람 뒤로 가라고 해달라'고 할까.

아니면 무서워서 아무 내색도 않고 그냥 놔둘까.

세계적인 심리치료사 비벌리 엔젤은 앞의 경우를 '공격적인 분노성향'이라고 부른다.

내색도 못 하는 것은 '수동적인 분노 성향',그의 물건 하나를 몰래 숨겨서 골탕을 먹인다면 '수동 공격적인 분노 성향'으로 구분한다.

그러면서 너무 공격적이거나 수동적으로 대하다 보면 화(火)를 부정적인 감정으로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끼어든 사람에게 "제가 먼저 왔습니다.

제 뒤로 가주세요"라고 직접 말하는 것이다.

그는 최근 번역된 '화의 심리학-성공하는 사람은 화내는 법이 다르다'(김재홍 옮김,용오름)에서 화를 지혜롭게 다루는 법을 알려준다.

화의 겉과 속,승화과정을 통찰하면서 심리분석과 심리치료법까지 상세하게 제공한다.

그는 분노성향을 공격적·수동적·수동 공격적·투영 공격적 등 네 가지로 유형화하고 부정적인 분노성향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하나씩 일러준다.

분노성향이란 '화를 다루는 습관적인 방식'.이를 알면 성찰을 통해 유쾌하게 화내는 기술을 배울 수 있고 화를 생산적인 힘으로 바꾸는 연금술도 터득할 수 있다는 것.

그는 "화를 잘 활용하면 우리 삶에 활기를 주지만 잘못 활용하면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삶에도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을 끼친다"며 "건강한 화가 어떤 것인지 알고 나서 분노성향의 연원과 그 뒤에 숨은 감정을 알아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화와 건강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그것이 다른 감정들과 마찬가지로 삶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이지만 화가 나는데 그냥 잠을 청하는 사람은 한밤중 화재경보기가 울렸는데도 아무 일 없는 듯 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그는 설명한다.

화는 생물학적 방어수단이자 잠재적 위협을 경고하는 경보장치라는 얘기다.

그래서 자신과 상대의 화를 존중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법을 체득하는 게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아울러 '화를 일으키는 감정을 찾아보고,상대에게 그 감정을 전한다,상대를 망가뜨리는 말을 피하고 육체적으로 대응하지 말며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을 갖는다,사건이 생기면 자기 몫의 책임을 살핀다' 등 화를 처리하는 아홉 가지 원칙도 제시한다.

또 한 가지.저자는 진정한 용서의 의미를 깨닫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용서는 영어로 Forgive다.

누구를 '위하여(For) 주어야(give)' 하는가.

바로 자신을 위해서다.

352쪽,1만3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