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초 주가가 상승한다는 싼타랠리는 결국 없었다.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던 코스피 지수는 급기야 지난 3일 수급 공백 속에 1.8%나 급락하며 '1월 효과'에 대한 기대를 반감시켰다.

이런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이 1월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이유가 지난 연말 있었던 지급 준비율 인상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4일 메리츠증권 조성준 이코노미스트는 "지급 준비율 인상에 따른 유동성 위축이 주식시장의 수급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금융기관들의 예금 지급준비율을 인상하면서 CD금리의 상승을 촉발시켰고 이는 결국 가계대출 이자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는 결과를 낳게 됐다는 설명이다.

단기적으로 가계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가계 소비 둔화 등 장기적으로 경제 전반과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일 개연성은 충분하다는게 조 이코노미스트의 판단이다.

그는 "또한 지준율 인상이 계획했던 부동산 가격 안정보다는 실질적인 유동성 축소를 야기시켜 중소 기업들의 자금사정 악화라는 부작용을 먼저 불러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금리가 그렇지 않아도 환율 하락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악화돼 있는 중소 기업들의 채산성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단 얘기다.

조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이 외국인들의 매도에도 불구하고 선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풍부한 국내 유동성이었다"며 "최근 지준율 인상에 따른 역효과로 유동성이 위축될 경우 주식시장의 수급은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일본을 제외한 이머징 마켓의 주당순익(EPS)이 3개월 연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MSCI Korea의 EPS 증가율은 오히려 7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면서 기업들의 EPS 모멘텀 약화도 시장을 짓누르는 요인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주식시장이 방향성을 상실한 채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대형 우량주나 은행주, 석유화학주로 투자 대상을 슬림화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