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매물 사흘간 3600억 … 기관 체력 바닥

펀멘털 양호 … 4분기 실적나오면 반등기대

주가가 '1월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뒤로 하고 연이틀 크게 하락,1400선 아래로 밀려났다.

코스피지수는 4일 12.06포인트 떨어지는 등 최근 이틀간 38포인트 하락했다.

주식형펀드 환매에 따른 기관 매도와 프로그램 매물이 약세를 이끈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새해 들어서도 세계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만 소외되는 '왕따'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당초 1월 전망을 밝게 봤던 전문가들 사이에도 "중장기 상승 추세에는 변화가 없지만 수급이 악화되고 투자심리 또한 위축돼 이번 달은 조정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 펀드환매·프로그램 매물에 1400선 무너져

연이틀 주가가 급락한 원인은 단연 수급 불균형이다.

펀드 환매로 인해 기관투자가들의 매수 여력이 바닥난 데다 4조원대로 고공비행 중인 매수차익거래 청산 물량이 나오면서 낙폭이 확대됐다.

이날 1500억원을 포함해 최근 사흘간 프로그램 매물이 3600억원 넘게 쏟아졌다.

문제는 수급 불균형이 당분간 해소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펀드 환매의 경우 지난해 말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주식형펀드 잔액이 올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해외 펀드와 만기 도래에 따른 재투자분을 제외할 경우 지난 2일에도 2000억원가량 순환매됐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한 달간 1조원 넘게 사들였던 외국인도 연초 다시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외국인 선물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가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선물쪽에서 발동이 걸릴 경우 4조원대의 매수차익거래 잔액 청산이 빠르고 대규모로 진행될 것이란 우려가 대기 매수세력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 당분간 조정국면 이어질듯

따라서 이른 시일 내에 본격 반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유정상 PCA투신운용 본부장은 "매수 주체가 연기금밖에 없는 상황이라 일시적인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1분기는 조정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경기 연착륙 기대감에 최근 6개월 동안 쉬지 않고 올랐다"며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서야 반등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조정은 1300선 초반까지 진행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이날 60일 이동평균선(1395)을 지켜낸 점은 긍정적이란 평가다.

60일선은 작년 10월 초 북핵위기,12월 초 환율 급락 시에도 지지선 역할을 해낸 중기 추세선이다.

이춘수 대투운용 본부장은 "펀더멘털 측면에서 달라진 게 없다"며 "1370~1380에서는 대기 매수세가 유입되며 안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본격 반등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김중현 연구원은 "저평가 매력이 높아졌지만 기업들의 4분기 실적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는 이달 하순까지 큰 반등은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도 "오는 11일 옵션 만기일 매물 부담은 2500억원 수준으로 그리 크지 않지만 매수차익거래 청산 가능성 때문에 선뜻 매수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