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건강이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언론 보도를 통해 잘 알고 있겠지만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새해가 되면 으레 건강에 관심을 더 갖게 마련이니까.

15년 전쯤부터 와인과 건강에 대한 보고서가 줄을 이었다.

신문 TV 잡지들은 와인을 적당히 즐긴다면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는 다큐멘터리와 기사를 연일 쏟아냈다.

특히 레드 와인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레드 와인이 심장병 예방에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는 레드 와인의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게 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은 레드 와인의 소비량이 가장 많이 증가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와인 시장에서 레드 와인의 점유율은 80%를 넘는다.

바야흐로 와인은 웰빙 시대의 아이콘으로까지 부상했다.

와인과 건강을 분석한 자료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가 아닐까 싶다.

프렌치 패러독스는 프랑스인이 특별한 건강식을 먹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영국 독일 등 여타 북유럽 국민과 달리 동맥 심장병(Coronary heart disease)의 발병률이 현저히 낮은 이유가 바로 와인 때문이라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1819년 아일랜드인 새뮤얼 블랙 박사에 의해 세상에 나왔다.

블랙 박사는 아일랜드인과 프랑스인의 후두염 발병률 차이를 비교 분석하면서 프랑스인의 생활 방식과 식습관이 후두염 발병률을 낮췄다고 주장했다.

식습관이란 바로 와인을 뜻한다.

그의 연구는 발전을 거듭해 후두염에서 그치지 않고 심장병까지 이어졌다.

이 연구 결과가 1991년 미국에서 60분짜리 다큐멘터리로 방영되자 반향은 엄청났다.

와인을 마신 결과가 심장병 발병을 억제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은 전혀 뜻밖의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와인의 긍정적 효과가 너무 크게 나타나자 심지어 음주와 사망의 연관 관계에 관한 연구가 다량으로 진행되기까지 했다.

그래서 와인의 효과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와인과 건강에 대한 또 다른 연구는 J커브 곡선이다.

가로 축을 매일 마시는 와인의 양으로 하고 세로 축을 사망 위협으로 보면 그래프에 J곡선이 그려진다는 것이다.

하루에 와인을 조금씩 마실 때까지는 전혀 마시지 않을 때에 비해 그래프가 하강하고 그 이후에는 상승하는 곡선이다.

다시 말해서 과도한 와인 음주는 사망 위험을 높이지만 일정 정도까지는 사망 위험을 낮춘다는 뜻이다.

와인 애호가에게는 마음에 드는 곡선이 아닐 수 없다.

와인을 즐기는 이유가 비단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만은 아니지만 과음하지 않는 이상 건강에도 좋다 하니 이보다 괜찮은 음료도 드물지 않겠나 싶다.

<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소믈리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