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증시가 기대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내심 기다렸던 '1월효과'는 온데간데 없고 주가는 최근 3일 연속 급락했다.

글로벌 증시는 동반 상승 추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왕따'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조홍래 한국증권 리서치본부장(전무)은 7일 "일시적으로 수급 균형이 깨지면서 주가가 연이어 빠지고 있다"며 "그러나 기업 실적과 같은 펀더멘털 측면은 변화가 없기 때문에 연초 하락국면은 수개월간 지속될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조 전무는 수급 불균형의 원인을 3가지로 요약했다.

우선 4조원대에 달하는 매수차익잔액이 부담인 데다 외국인이 여전히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고,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주춤하면서 기관의 '실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매수차익잔액은 이번 주 선물옵션만기일(11일)을 전후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단기 이벤트로 그칠 전망이고 외국인은 조만간 순매수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며 "펀드자금 유입의 둔화세와 환매 움직임도 걱정할 수준은 아니어서 수급측면의 영향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전무는 올해 코스피지수는 2분기 말이나 3분기 초반에 고점을 기록한 후 4분기까지 횡보하거나 약간 둔화돼 전체적으로 완만한 산 모양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수는 1650선까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기업 이익은 지난해에 비해 평균 15%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익 증가세는 최근 2∼3년간 매도 기조를 유지했던 외국인을 다시 불러들이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조 전무는 올해 증시에 잠재된 위험 요인으로 환율과 글로벌경기의 연착륙 여부,부동산 가격 등을 꼽았다.

환율의 경우 현재 수준보다 더 떨어지지 않아 원·달러 환율은 연평균 달러당 930∼940원,원·엔 환율은 100엔당 800원 수준에서 안정세를 지킬 것으로 관측했다.

또 미국의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어 미국 경기는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은 아시아 이머징 국가 중 미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인도와 함께 가장 낮은 수준이어서 미국 경기의 영향력이 예전보다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요인의 경우 정부가 급격한 버블 붕괴를 가져올 정도의 고강도 규제 정책을 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예상했다.

업종별로는 정보기술(IT) 조선 기계 은행 등의 전망이 밝다고 조 전무는 추천했다.

다만 IT 내에서도 반도체와 가전은 업황이 좋아지겠지만 디스플레이 휴대폰 부문은 당분간 고전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까지는 기업의 이익안정성을 중시했지만 올해부터는 주가 판단의 잣대가 이익 창출 능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업종별로 세계 1위에 올라서느냐 여부가 주가의 추가 상승을 결정짓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방송 통신 등 유사 업종 간 융합현상 속에서 시너지 효과를 보이는 기업군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대부분의 상장사가 보유한 부동산이 1990년대 시세로 장부에 잡혀있어 현 시세로 따지면 차익 규모가 대단하다"며 "따라서 자산가치주의 강세는 올해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