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사주를 대규모로 사들인 기업들이 경영권 안정과 주가부양이라는 목적 달성 외에도 주가 상승에 따라 결과적으로 상당한 평가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초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 900만주(5383억원 규모)를 취득한 SK㈜의 경우 자사주 매입 후 주가가 오르면서 900억원 이상의 평가차익을 거두고 있다. 당시 자사주 매입은 주당 평균 5만9000원대에서 이뤄졌으나,주가는 현재 7만원으로 올랐다. SK㈜는 작년 하반기에도 자사주 1300만주(8632억원 규모)를 매입키로 하고 10월 중순부터 장내 취득에 들어갔으며,이후 주가가 올라 평가차익은 더 불어난 상태다.


지난해 5∼6월에 걸쳐 자사주 174만주(4459억원 규모)를 매입한 포스코도 현재 주가가 30만원에 육박해,매입 당시 평균 주가 25만5755원보다 16%가량 오르면서 710억원의 평가이익을 내고 있다. 1890만주(7408억원 규모)에 달하는 대규모 자사주를 매입한 한국전력도 자사주 매입에 따른 수급 호전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평가차익은 643억원에 이르고 있다. 94만주를 사들였던 LG생활건강은 매입 당시 7만원 선이던 주가가 현재 10만원대로 뛰면서 292억원의 평가차익을 냈다.

이 밖에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 180만주를 취득했던 현대산업개발은 152억원가량의 평가이익을 남긴 상태이며,역시 상·하반기 각각 230만주씩을 사들인 LG석유화학은 48억원의 평가이익을 남기고 있다. 제일기획(10만주 취득),동아제약(20만주),엔씨소프트(25만주),빙그레(12만주) 등도 자사주 취득 후 주가가 올라 톡톡한 재미를 봤다.

반면 지난해 1조8000억원 이상의 자사주를 매입한 삼성전자는 주가가 오히려 약세를 보이면서 225억원가량의 평가손실을 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주당 평균 60만2486원에 300만주를 장내 매입했으나,최근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서 평가손이 늘어났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