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건너다 멎은 뜨내기 얼굴을

여울이 받아

보여주네

풀밭과 진창

어디에도 멀리 못 가본 채

엉거주춤 서 있는 다리와

심심한 두 팔도 보여주네

물에 빠져 물살마다 흰 꽃을 달아주는

저 구름이 없었으면

밍밍한 얼굴

무엇으로 꾸며볼 것인가

십 년이나 이십 년 뒤

다시금 이 여울 만날지 모르나

그때에도 이리 엉거주춤하고 밍밍할 것이면

내 일생

지금 다 흘러가도 돌아볼 것이 없네



-감태준 '여울에서'전문



징검다리 위에서 여울에 비친 자신을 엉거주춤 들여다보는 모습에서 '자유'가 느껴진다.

아무 거리낄 것 없는 게 자유다.

기억날 만큼 먼 곳에 한번도 못 가본 다리와 거창한 일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두 팔과,결기 없이 밍밍한 얼굴이 흰구름과 함께 물살에 일렁인다.

그 모습은 십년이나 이십년 뒤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는 '내 일생 지금 흘러가도 돌아볼 것이 없네'라고 하지만 결국 우리가 가게 될 곳은 그런 무심(無心)의 땅이 아닐까.

기를 쓴다고 될 일도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삶은 이렇게 시시하다.

자유까지 잃어버리는 게 문제지만.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