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孝秀 < 영남대 교수·경제학 >

선진 각국은 현재 치열한 인재전쟁에 돌입하고 있다. 국가의 경쟁력이 인재경쟁력에 의해서 결정되는 지식기반 경제로 진입하면서 각국은 우수한 인재의 확보를 위해 다각적이고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재전쟁은 두 가지 전략으로 추진된다. 하나는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인재를 외국에서 유치하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인재를 국내에서 양성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중국과 인도에 인재 U턴의 큰 흐름이 형성되면서 세계 인재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해외유학생 귀국자 수가 2003년 2만명,2004년 2만5000명,2005년 3만5000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도 최근 3년 사이 해외거주 인도인 귀국자수가 7만명을 상회한다. 미국 박사학위 취득자 가운데 자연과학 분야의 34%,공학 분야의 56%가 외국인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및 인도 출신의 본국 U턴 심화 현상은 미국의 산업경쟁력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우수 인재 양성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우수 인재 양성 경쟁은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외국 유학생 유치 전략으로 나타난다. 미국은 최근 인재전쟁의 심각성을 인식해 9·11테러 이후 강화했던 유학비자 발급조건을 완화하고 해외유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는 등 비상이 걸렸다. 유럽연합도 우수 유학생 유치를 위해 EU 시민권 부여 등 유인정책을 마련 중이다. 특히 중국은 대학을 기축(基軸)으로 한 연구개발 및 우수인재 육성전략을 치밀하게 확립하고 있다. 중국 교육부는 지난해 9월 '111프로제트'를 발표했다. 이것은 세계 100위권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 세계수준의 인재 1000명을 유치해 중국의 100대 대학에 배치,그곳을 혁신의 전진기지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달 3일에는 중국 과학기술부가 우수과학기술인재 유치 지침으로 인종,국적,대가 불문(不問)의 3원칙을 발표하고 세계 정상급 인재 확보를 독려하고 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세계 일류대학 건설을 위한 국가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21세기에 세계수준의 100대 대학 건설을 목표로 하는 211공정(工程·프로젝트)을 이미 1994년부터 발표,추진해 왔다. 그리고 1998년 5월 장쩌민 총서기가 세계 일류대학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시작된 985공정에 따라 세계 일류대학 건설 국가 프로젝트가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은 211공정,985공정을 추진하면서 구조조정과 대규모 집중투자를 통해 100대 대학,특히 34개 대학의 하드웨어와 대학 경영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111프로젝트를 통해 휴먼웨어를 혁신하겠다는 것이다. 세계 정상급의 학자들을 한 대학에 평균 약 10명씩 배치해 이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100대 대학의 연구 및 인재육성 역량을 세계 수준으로 비약시키고 지역경제 권역별로 혁신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필자는 시론 등을 통해 지식기반경제로의 성공적 진입을 위해,또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전국을 4대 경제권으로 나누고 권역별로 5개 전후 총 20개의 세계 수준의 명문대학 건설을 위한 국가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각 지역경제권별로 세계 수준의 대학이 없이 국제경쟁 우위를 지닌 지역혁신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것은 허구(虛構)이다. 그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연구 및 인재육성 시스템과 혁신클러스터 없이 지식기반경제를 성공적으로 구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이미 10년 전에 이 점을 정확하게 인식해 지역경제 권역별로 두세 개 세계수준의 대학을 만드는 국가전략을 확립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결과 그 성공 가능성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즉 중국은 지난 10년간 산업화와 지식기반 경제로의 이행을 동시에 추진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세계수준의 대학을 건설하는 국가전략을 확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