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이 새해 들어 뚜렷한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향후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구리 원유 등이 주도하고 있는 가격 하락을 원자재시장의 '버블붕괴 신호탄'으로 보고 있는 반면 조정을 거친 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오름세로 방향을 틀더라도 최근 3∼4년간 이어진 활황세가 올해에도 재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원자재 시장의 가격 하락을 주도하는 것은 구리와 원유다.

주택건설 컴퓨터 등 산업 전반에 골고루 쓰여 비철금속 중 대표적 경제지표 역할을 하는 구리가격은 지난 주말(5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파운드당 6.7센트 하락한 2.53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구리가격은 지난 한주에만 무려 11.7% 급락했다.

이 같은 주간 하락률은 5개월 만에 최대다.

국제유가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전망으로 주말에 소폭 반등한 배럴당 56.31달러(WTI 최근월물 기준)에 거래를 마감했지만 주간 하락폭은 7.8%에 달했다.

아연가격이 지난해 12월 이후 10% 급락한 것을 비롯 금(-3%) 알루미늄(-1.2%) 등 비철금속도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주택시장 둔화와 포근한 겨울날씨를 원유,구리 가격 약세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 3∼4년간 원자재시장이 활황을 보였을 당시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구리와 원유가격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자 '원자재시장 거품 붕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롬바드스트리트리서치의 애널리스트 찰스 두마스는 "구리 재고가 지난 12개월간 2배로 늘어났다"며 "거품이 꺼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리 가격이 추가로 약세를 보이면 여타 비철금속도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제임스 구트먼도 올해 전 세계 구리 생산이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수요를 23만t 초과,추가 하락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들어 원자재시장에 투매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올해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원자재시장 역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등의 수요 급증에 힘입어 지난 수년간 원자재 가격이 지나치게 급등한 것도 최근의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보인다.

경제뉴스 전문인 마켓워치는 "구리 석유 등 핵심 원자재 가격이 새해 들어 폭락세를 보이는 것은 세계 경제 성장이 아마도 상당폭 둔화되는 사이클에 이미 빠져들었음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유동성 풍부"…조정후 재상승 전망도

최근의 원자재가격 하락이 '거품붕괴'수준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올 세계경제가 탄력은 둔화되더라도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는 것이 이런 분석의 근거다.

바클레이스캐피털의 애널리스트 케빈 노리시는 "(구리)매도가 심했다"며 "낙폭 과대를 매수 기회로 보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이 투자자 및 트레이더 1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9명이 이번 주에 구리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미국의 주택경기가 점차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구리가격의 추가 하락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고 있다.

올 들어 가파르게 하락한 유가도 낙폭 과대에 따른 매수세 유입과 OPEC의 감산 가능성이 어우러지면서 하락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선 유가가 추가 하락하면 OPEC이 오는 3월15일 회의 이전에 긴급모임을 갖고 감산에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기본적으로 글로벌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한 것도 원자재가격 추가 하락을 저지할 요인으로 꼽힌다.

AP통신은 펀드매니저의 말을 인용,"연기금 펀드 등의 풍부한 유동성으로 원자재 가격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