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만4483가구에 달하는 잠실 재건축단지(주공 1-4단지와 시영아파트) 중 가장 빨리 작년 말 공사를 끝내고 입주테이프를 끊었다.
낡고 칙칙한 단지로 인식돼왔던 잠실의 이미지를 일거에 걷어내는 선발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아파트는 지상 32층의 초고층 건물 35개동에 총 2678가구로 구성된 매머드 단지다.
삼성물산(건설부문)이 1508가구,GS건설이 1170가구를 맡아 지었다.
단지 규모가 워낙 커 밖에서 보기엔 위압적인 느낌을 주지만,막상 내부는 '레이크팰리스'라는 이름만큼이나 아기자기하고 포근하다.
운치있는 노송과 정자,알록달록한 원목 놀이터 등이 웬만한 공원을 능가한다.
여기에 밤에는 각종 무늬와 색깔의 레이저가 단지 외벽을 장식하는 '레이저쇼'가 연출돼 입주자와 방문객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이 때문에 김정식 삼성건설 관리부장은 "아파트 속 공원이 아니라 '공원 속 아파트'로 불러달라"고 자랑한다.
◆생태하천·단지내 놀이터 등 눈길
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서 석촌호수 쪽으로 10여분을 걸으면 단지 입구에 도착한다.
화강암으로 세운 단지 진입문이 웅장하다.
철제울타리 대신 단지 외곽을 측백나무와 석재 장식물로 둘러 개방적인 느낌을 줬다.
장식물에 새겨진 '연어이야기'는 3년여에 걸친 재건축 공사 후 보금자리로 돌아온 입주민을 상징하는 듯하다.
발코니 트기가 합법화되기 전에 설계됐기 때문인지 입주 전에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가구가 많다.
현재까지 입주율은 5% 정도다.
주차장을 모두 지하로 내려 지상은 완전히 녹지와 휴게공간으로 꾸며졌다.
대지 3만8305평 중 공원과 녹지 등 조경면적만 1만7168평으로 45%에 이른다.
120m 길이의 생태 하천과 나무 정자,아파트 4~5층 높이의 노송 1000여 그루가 독특한 운치를 느끼게 한다.
단지내 송전초등학교와 이어지는 통학로는 어린이가 좋아하는 하마,물고기 등 석조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졌다.
암벽 등반 훈련장 등을 갖춘 7개의 단지 내 놀이터,나무 식탁과 의자를 둔 카페테리아식 중앙 광장 등 다른 아파트와 다르게 톡톡 튀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용적률이 273%로 비교적 높아 동간 간격이 좁아보인다는 우려도 있었지만,그리 답답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레이크팰리스 앞 서일공인의 조경희 사장은 "일자형 건물을 효과적으로 배치해 다른 단지보다 개방적인 느낌"이라고 말했다.
◆석촌호수가 보이는 '명품단지'
레이크팰리스(lake palace)는 무엇보다 그 이름대로 석촌호수와 맞닿은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호수가 보이는 431~435동 1,2라인은 모두 50평형 대형 아파트로 구성돼 '명품 아파트'이미지를 선도할 것이라는 게 주민들의 기대다.
롯데월드 놀이기구를 타는 소음이 저녁까지 이어지는 점은 아쉬웠지만,단지 전체가 대로변에서 벗어난 곳에 있어 자동차 소음은 덜하다.
입주민들에겐 단지를 두르는 1.6km 길이의 조깅 코스도 자랑거리다.
조깅코스는 인라인 스케이트와 자전거를 위한 우레탄 포장도로,보행자를 위한 인조잔디 길로 나뉘어 조성됐다.
코스 주변에는 골프 퍼팅연습장,배드민턴장,운동기구 등도 마련됐다.
대신 요즘 대단지들의 특징인 입주민용 커뮤니티센터는 별도로 만들지 않았다.
이재명 삼성건설 공사차장은 "석촌호수,롯데월드 스포츠센터,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 주변 편의시설이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흥업소 없어…교통 정체는 걱정
주변에 유흥업소 등 유해시설이 거의 없어 교육환경도 좋다.
통학거리도 가깝다.
초등학생은 단지 중앙에 있는 송전초등학교를 다니면 되고,중·고등학생은 길 건너 2단지에 있는 잠신중·고 또는 3단지 트리지움 단지 내 영동여고 등으로 통학하면 된다.
교통 정체는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이다.
부지 일부를 기부채납해 단지 주변 도로를 1~2차선씩 넓혔지만,출·퇴근시간이나 롯데월드와 롯데백화점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주말은 지금도 교통 정체가 적지 않은 터라 트리지움(3단지)이 입주하는 올 8월 이후엔 사정이 더 나빠질 것이란 걱정이 많았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