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파산 신청자가 지난해 12만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국민 400명당 한 명 이상이 지난해 개인파산자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개인파산이 급증한 것은 경기 불황이 계속된 데다 채무자 권리를 보호하는 쪽으로 사회 인식과 제도가 바뀌면서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사람이 예전보다 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빚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데도 개인파산 제도를 악용해 고의로 갚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파산자 불이익 별로 없어

사람들이 파산으로 몰리는 이유는 법원으로부터 모든 채무를 갚지 않아도 되는 면책 결정을 매우 쉽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 법원의 면책 결정률은 99%에 이른다.

개인파산자로 판결을 받더라도 각종 보호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파산자의 불이익은 크게 줄었다.

예컨대 대법원은 지난해 소득이 없는 채무자의 빚은 전액 탕감해줘야 한다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

법무부는 파산 신청자의 취업 제한 직종을 계속 축소하고 있다.

남의 돈을 떼먹은 뒤에도 개인파산을 신청하면 부채를 탕감받고 사회적으로도 큰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개인파산자를 양산하고 있다.


○손쉽게 받아내는 파산 결정

법원이 파산신청을 거의 모두 수용하는 이유로는 우선 인력 부족을 꼽을 수 있다.

한정된 인원의 판사들이 폭증하는 개인파산 신청 사건을 모두 처리하다 보면 신청자들이 은닉해둔 재산을 찾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이기가 어렵다.

파산 신청인의 가족이 동의하지 않는 한 채무자 가족이나 친인척의 재산을 조회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이 때문에 일부 파산 신청자는 경매를 통해 자신의 재산을 친인척에게 넘긴 뒤 손쉽게 면책 결정을 받아내고 있다.

파산 신청 비용이 저렴해진 것은 신청 급증의 한 이유로 꼽힌다.

2004년만 해도 파산 신청 비용은 변호사 수임료를 합해 200만원이 넘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평균 70만~80만원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심지어 40만원을 내걸고 '파산 신청 고객'을 모으고 있는 곳도 생겼다.


○악용 막을 대책 서둘러야

개인파산을 쉽게 신청할 수 있게 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채무를 고의로 변제하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모든 재산을 아내 명의로 바꾸고 이혼까지 한 뒤 파산 신청을 하는가 하면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 대학교수의 아내가 면책을 받아내는 등 최근 들어 부자 파산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채권추심업체 관계자는 "법원은 채권자들의 이의 제기율이 2~3%밖에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채권자는 채무자의 주소지와 이름 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법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주지 않으면 은닉한 재산을 찾아내는 것이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