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건강검진에 불필요한 검사 많다는데…
김철수(51) 이영희(48)씨 부부가 황금돼지 해를 맞아 그동안 별러 왔던 종합건강검진을 받으러 검진센터를 방문했다.

김씨는 한 번도 종합검진을 받아본 적이 없으나 최근 췌장암으로 사망한 직장 동료로 인해 마음이 갑갑해 병원을 찾았다.

이씨는 3년 전 유방에 양성결절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이후 매년 유방암 검사를 받고 있다.

이씨는 어머니가 직장암으로 수술한 적이 있어 혹시 자신도 유전에 의한 발병이 있을지 우려해 올해부터 대장 내시경 검사도 정기적으로 받기로 했다.

김씨는 검사 결과 당뇨병 전 단계에 해당하는 내당능 장애 판정을 받았고 고지혈증 고요산혈증(통풍) 비만인 것도 알게 됐다.

가끔씩 운동할 때 흉통이 있어 검진센터와 논의해 시행한 운동부하 검사를 한 결과 양성 소견이 나와 순환기내과 진료까지 받을 예정이다.

협심증 고혈압 부정맥 등이 우려된다는 뜻이다.

대장 내시경에서는 작은 선종성 용종 2개가 발견됐으나 암은 아니라서 한숨을 덜었다.

대장 용종이 암으로 변할 확률은 대략 1% 선.그러나 대장암의 80∼95%가 선종성 대장 용종에서 비롯한다고 하니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선종성 용종의 원인은 음주 흡연 비만 운동 부족이라니 할말도 없어졌다.

용종이 발견되면 일단 내시경으로 제거한 다음 이후에도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는 게 의사의 권유다.

이씨는 검사 결과 빈혈이 발견돼 추가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자궁근종으로 인한 월경 과다로 철 결핍성 빈혈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고 철분제를 복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위 내시경에서 위축성 위염이 발견돼 앞으로 매년 위 내시경 검사를 받아 혹시 모를 위암 발생에 대비하기로 했다.

종합검진에서 질병 조기 발견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게 현재 앓고 있는 주된 증상,가족력,생활환경(음식 주거지 경제·사회적 지위 등),연령이다.

위암 대장암 유방암 등이 특히 가족력과 식생활의 지배를 많이 받는 암이다.

검진 상품은 기본검사 외에 아주 필수적인 항목을 시행하는 것을 고르고 이상이 발견될 경우 추가 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대개 끼워팔기식으로 불필요한 검사 항목이 종합검진에 많이 들어 있다.

맞춤 검진이라고 하지만 환자가 의사와 상의해 검사 항목을 신축성있게 선택할 여지는 크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해 대한가정의학회지에서 의사들은 암 검진의 경우 알파페토프로틴 검사·복부초음파(간암),종양표지자 CEA(대장암),저선량CT(폐암),CA125·질초음파(난소암),CA19-9·복부초음파·복부CT(췌장암),갑상선초음파(갑상선암) 등이 대표적으로 불필요한 검사들이라고 지목했다.

일반인에 대한 매독 검사나 정밀청력 검사,C형간염 항체 검사,심전도 운동부하 검사도 낭비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CT,MRI 등 고가 검사를 기본 항목으로 넣어놓는 것도 병원의 상술로 볼 만한 대목이다.

아울러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암 발병 확률을 예측하는 방법도 과학적 근거가 박약한 참고사항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종합검진을 굳이 비싼 병원에서만 받으려 할 필요는 없다.

단골 병원을 골라 자신의 건강지표를 수년간 추적·관찰하는 게 바람직하다.

검진에서 '정상' 판정이 나왔다고 '건강증명서'를 받은 것은 아니다.

검사 결과는 환자 컨디션과 검사자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나올 여지가 있다.

술자리에서 '검사 결과 간과 위가 깨끗하게 나왔다'고 과음에 줄담배를 일삼을 일이 아니다.

폐암 같은 경우는 뜬금없이 발병하기도 하고 간 신장 고혈압은 증상 없이 침묵하다 주인이 보살피지 않으면 반역을 일으킨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