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간 여객선 관광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6시 부산국제여객선부두 1층 매표소는 주말을 맞아 일본으로 출국하기 위한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복잡했다.

2층 출국장도 오후 7시 출발시간이 다가오자 여행객과 보따리상들은 짐가방과 라면 김 소주 고추장 등의 물품박스들을 손수레에 가득 실은 채 통관절차를 밟느라 분주했다.

부관훼리 신의철 전무는 "손님들이 해마다 20% 정도 늘면서 한·일 여객선 관광시대가 정착돼가고 있다"며 "한국인 고객이 80%,일본 관광객이 20% 선"이라고 귀띔했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선박을 이용해 부산과 일본을 오간 사람들은 120만명에 이른다.

2005년 101만명을 돌파한 이후 1년 만에 19만명이나 늘었다.

항만공사 관계자는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는 최소한 130만명을 넘어설 것 같다"며 "2010년이면 200만 한·일 여객선 관광시대가 열릴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여객선을 이용한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시모노세키 일대 4박5일 한·일 여행비용이 30만원대, 2박3일 대마도 여행이 20만원대로 다른 국가 관광이나 비행기 관광보다 싸고 비자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특히 KTX 개통으로 수도권 고객들이 늘고 있는 데다 수학여행과 단체손님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요인이라고 여행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 원고·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일본제품을 싸게 살 수 있고 여행비용도 절감돼 한국에서 일본으로 가는 여행객들이 부쩍 늘고 있는 것도 한·일 여객선 관광시장이 커지고 있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한·일 뱃길이 활성화되자 선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전략마련에 분주하다.

현재 한·일 간을 운항 중인 선사는 모두 8곳.선박 수는 쾌속선 8척과 대형 카페리 4척 등 총 12척이다.

이 가운데 부관훼리는 상반기에 운항 중인 선박의 좌석 수를 현재 562개에서 640개 선으로 확장키로 했다.

흥아해운도 곧 부산과 히로시마 항로에 선박을 투입할 예정이다.

쾌속선을 운항 중인 한국고속해운과 미래고속은 운임덤핑 등 과당경쟁을 없애기 위해 공동 운항에 들어갔다.

일부 선사들은 신규 선박을 투입,쾌적한 분위기와 서비스로 손님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한·일 뱃길은 관광은 물론 교육,경제 분야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일 카페리가 운항하는 일본 시모노세키와 후쿠오카 대마도 오사카 등지의 고교졸업생들이 부산 부경대를 비롯해 부산 지역 대학들에 유학 중이다.

벌써 60여명이 한국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경쟁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한국 대학이 일본보다 학비가 50% 이상 싸고 한류열풍 등으로 신뢰도가 높은 데다 이동거리도 쾌속선으로 1시간40분(대마도)과 2시간55분(후쿠오카) 정도 걸려 일본 내 수도권 지역에 진학하는 것보다 가깝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목연수 부경대 총장은 "외국인 학생을 유치해 미래의 주역인 한국 학생들의 국제화를 유도하고 한·일 젊은이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넓힐 수 있는 터전도 마련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부산시 이영활 경제진흥실장은 "한·일 간 관광 및 교육사업체제가 구축된 만큼 국내에서는 부산 울산 경남을 묶는 동남권 경제권을 구축하고 일본 후쿠오카 경제권과 연결하는 광역경제권을 구축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