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일본 시모노세키 항로를 운항 중인 부관훼리는 지난해를 '최고의 해'라고 평가하고 있다.

2005년의 여객수송실적 16만6000명을 훌쩍 넘어 마지노선이라고 여겼던 20만명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부관훼리가 회사문을 연 뒤 38년 만에 올린 최고의 성과였다.

부산과 일본의 관광시대를 열어가는 가교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부관훼리는 현해탄 항로의 선구자로 불린다.

1945년 해방 이후 취항이 중지된 한·일 간 뱃길의 명맥을 이어 1969년 8월 문을 연 뒤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카페리 선사다.

창업자는 '한·일 양국의 우호증진을 위한 가교 역할'을 회사설립 이념으로 삼았다.

이 때문에 사업확장도 중요하지만 조국사랑을 우선시하고 있다.

이 같은 이념을 이어받아 성장 엔진에 불을 지핀 사람은 사토 유지 사장.2002년 9월 작고한 정건영 회장의 장남인 재일교포 2세 기업인이다.

지난해 280억원의 상속세를 모두 납부한 뒤 자본금 증가를 통해 1대 주주로 부상했다.

한·일 간의 가교로서 회사를 영원히 존속시켜야만 한다는 부친의 유지를 이어 신임 대표로 취임,안정기반 구축과 공격경영을 내세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부관훼리가 걸어온 길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고 정건영 회장이 민족의 애환이 서린 관부연락선이 다니던 부산~시모노세키 항로를 개설하려하자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반대를 무릅쓰고 그의 조국사랑과 과감한 추진력으로 결국 항로가 개설됐다.

창업 후 10년 정도는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낫지 않으냐는 주위의 충고도 많았다.

한·일 간 감정싸움과 정치문제로 항로가 불안전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꾸준한 신상품 개발과 경영혁신으로 위기를 극복,한·일 뱃길을 지켜오고 있다.

부관훼리는 올해를 제2의 도약을 위한 원년으로 정했다.

지난해보다 4만명 많은 24만명을 유치하는 게 목표다.

엔저가 지속되고 부산과 경남이 추진 중인 관광활성화 정책을 잘 활용하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서부산권에 영화단지가 들어서고 남해안관광벨트가 완성되면 일본인 고객들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미리 고객유치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회사측의 전략이다.

회사측은 우선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지난해 처음 선보여 인기를 끌었던 선상 연예인 공연과 음악회를 확대하고 역사탐방이나 골프투어 등 신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특히 서울지사를 확대하고 직원들의 서비스 교육을 강화해 내년부터 경부선 KTX 전 구간이 정상 개통되면서 늘어나는 수도권 고객 확보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부관훼리는 현재 소속 선박 1척과 일본 관부훼리 소속 1척 등 2척이 공동운항,한·일 교류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2002년 5월 페리부관호의 대체선박으로 현대미포조선에서 400억원을 들여 건조한 성희호를 취항 중이다.

"한국에 대한 투자와 기여를 자랑으로 여겼던 선친이 단순한 재벌로 남기보다는 한 사람의 애국자로 남기를 원했던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기업의 주인은 그 기업을 이루는 구성원과 고객이며 서비스 정신과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신규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켜 나가겠습니다." 제2도약의 원년을 준비하는 사토 사장의 올해 각오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