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함께 풀어갑시다 - 일본 (2) 여전한 남녀유별] 직장여성 70%가 "임신하면 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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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남서쪽 미타카(三鷹)시에 사는 이시게 메구미씨(34)는 얼마 전까지 중소기업에 다니던 커리어우먼이었다.
그러나 최근 임신을 하자 곧바로 회사에 사표를 냈다.
"당연한 것 아니에요? 회사 다니면서 애를 키우겠다고 하면 누구 하나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요.
회사에서도 그렇고 남편도 그렇고….아쉽지만 할 수 없지요.
" 이시게씨는 "함께 직장을 다니던 여성 동료들도 그 때문에 임신을 꺼리는 사람이 많았다"며 "이런 현상은 비단 자기 회사만의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임신하면 퇴사는 당연?
일본 후생노동성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직장여성 가운데 이시게씨처럼 임신·출산으로 회사를 그만둔 비중이 무려 70%에 달했다.
아이를 갖게 되면 직장을 그만두는 게 당연한 풍토처럼 굳어져 있는 것이다.
임신으로 경력이 단절될 것을 우려해 아예 결혼 자체를 꺼리는 여성들도 많다.
일본에서 25~29세 직장여성 중 미혼 비율은 78%에 이른다.
30~34세 직장 여성 중에서도 47%가 미혼이다.
출산율이 오른다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일본은 1995년부터 일·가사 양립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한다며 '엔젤플랜(1995∼1999년)''신(新)엔젤플랜(2000∼2004년)' 등 10년 넘게 출산장려책을 펴왔다.
그런데도 현장에선 아직 일·가사 병립은 꿈 같은 소리라는 반응이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일본 내각부 소자·고령화대책팀의 마쓰다 마사노부 과장은 "양성평등에 관한 사회 전체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가 2005년 10월 일본과 한국 미국 프랑스 스웨덴 등 5개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양성 평등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녀 보육 책임이 주로 여성에 있다"는 답이 일본과 한국에서 각각 66.8%와 67.9% 나왔다.
미국(36.0%)이나 △프랑스(45.1%) △스웨덴(6.8%)의 인식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마쓰다 과장은 "이 같은 육아에 대한 보수적 가치관이 아직 일본 사회에 팽배해 있어 아무리 정부가 현금을 지원하고 보육시설을 지어도 효과를 못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남자들이 웬 출산휴가?"
이런 사회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남성들의 출산휴가 사용률이다.
일본 냉동업체 니츠레이사의 경우도 1990년부터 단축근로제와 육아휴직제 등 다양한 제도적 지원을 하고 있었으나 이 역시 여성들의 출산·보육을 돕는 현실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한 예로 1990년부터 2005년 3월까지 육아휴가를 택한 사내 근로자는 125명에 달했으나 이 중에서 출산한 아내를 돕겠다고 휴가를 쓴 남자 직원은 3명(2.4%)에 불과했다.
여성친화적 기업환경으로 소개받아 찾아간 화장품업체 시세이도 역시 1990년부터 2004년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한 628명 중 남성은 단 1명(0.2%)에 불과했다.
다양한 제도적 지원책들이 사용되고 있으나 아직 일본은 '출산과 보육은 여성의 몫'이라는 사회적 관념을 깨지 못해 저출산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뒤늦게 발벗은 일본 정부
일본 정부는 다급히 방향 전환에 나서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은 보육시설 확충과 아동수당지급 등 하드웨어 지원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양성평등적 사회문화 조성에 최선을 다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의 양성평등적 사내문화 조성을 독려하는 한편 이를 지원하기 위한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 중소기업 대체인력 고용에 대한 지원이다.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위해 비운 자리를 메우기 위해 중소기업이 임시 직원을 고용하면 연간 100만엔을 지원하고 있다.
육아 휴직자에겐 임금의 40%를 고용 보험에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최숙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의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양성평등도 문제지만 아직도 출산과 육아문제를 전적으로 가정에 돌리는 분위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예컨대 일본 내 보육시설은 맞벌이 부부 또는 자녀를 돌볼 수 없는 가정에 우선권을 주고 있어 여성이 집에 있는 경우는 보육시설을 현실적으로 이용하기 어렵게 돼 있다는 것이다.
도쿄·오사카=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
그러나 최근 임신을 하자 곧바로 회사에 사표를 냈다.
"당연한 것 아니에요? 회사 다니면서 애를 키우겠다고 하면 누구 하나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요.
회사에서도 그렇고 남편도 그렇고….아쉽지만 할 수 없지요.
" 이시게씨는 "함께 직장을 다니던 여성 동료들도 그 때문에 임신을 꺼리는 사람이 많았다"며 "이런 현상은 비단 자기 회사만의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임신하면 퇴사는 당연?
일본 후생노동성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직장여성 가운데 이시게씨처럼 임신·출산으로 회사를 그만둔 비중이 무려 70%에 달했다.
아이를 갖게 되면 직장을 그만두는 게 당연한 풍토처럼 굳어져 있는 것이다.
임신으로 경력이 단절될 것을 우려해 아예 결혼 자체를 꺼리는 여성들도 많다.
일본에서 25~29세 직장여성 중 미혼 비율은 78%에 이른다.
30~34세 직장 여성 중에서도 47%가 미혼이다.
출산율이 오른다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일본은 1995년부터 일·가사 양립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한다며 '엔젤플랜(1995∼1999년)''신(新)엔젤플랜(2000∼2004년)' 등 10년 넘게 출산장려책을 펴왔다.
그런데도 현장에선 아직 일·가사 병립은 꿈 같은 소리라는 반응이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일본 내각부 소자·고령화대책팀의 마쓰다 마사노부 과장은 "양성평등에 관한 사회 전체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가 2005년 10월 일본과 한국 미국 프랑스 스웨덴 등 5개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양성 평등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녀 보육 책임이 주로 여성에 있다"는 답이 일본과 한국에서 각각 66.8%와 67.9% 나왔다.
미국(36.0%)이나 △프랑스(45.1%) △스웨덴(6.8%)의 인식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마쓰다 과장은 "이 같은 육아에 대한 보수적 가치관이 아직 일본 사회에 팽배해 있어 아무리 정부가 현금을 지원하고 보육시설을 지어도 효과를 못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남자들이 웬 출산휴가?"
이런 사회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남성들의 출산휴가 사용률이다.
일본 냉동업체 니츠레이사의 경우도 1990년부터 단축근로제와 육아휴직제 등 다양한 제도적 지원을 하고 있었으나 이 역시 여성들의 출산·보육을 돕는 현실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한 예로 1990년부터 2005년 3월까지 육아휴가를 택한 사내 근로자는 125명에 달했으나 이 중에서 출산한 아내를 돕겠다고 휴가를 쓴 남자 직원은 3명(2.4%)에 불과했다.
여성친화적 기업환경으로 소개받아 찾아간 화장품업체 시세이도 역시 1990년부터 2004년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한 628명 중 남성은 단 1명(0.2%)에 불과했다.
다양한 제도적 지원책들이 사용되고 있으나 아직 일본은 '출산과 보육은 여성의 몫'이라는 사회적 관념을 깨지 못해 저출산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뒤늦게 발벗은 일본 정부
일본 정부는 다급히 방향 전환에 나서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은 보육시설 확충과 아동수당지급 등 하드웨어 지원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양성평등적 사회문화 조성에 최선을 다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의 양성평등적 사내문화 조성을 독려하는 한편 이를 지원하기 위한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 중소기업 대체인력 고용에 대한 지원이다.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위해 비운 자리를 메우기 위해 중소기업이 임시 직원을 고용하면 연간 100만엔을 지원하고 있다.
육아 휴직자에겐 임금의 40%를 고용 보험에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최숙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의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양성평등도 문제지만 아직도 출산과 육아문제를 전적으로 가정에 돌리는 분위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예컨대 일본 내 보육시설은 맞벌이 부부 또는 자녀를 돌볼 수 없는 가정에 우선권을 주고 있어 여성이 집에 있는 경우는 보육시설을 현실적으로 이용하기 어렵게 돼 있다는 것이다.
도쿄·오사카=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