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 초저출산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공통점은 '남녀가 유별하다'는 성(性) 구분에 대한 인식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이런 의식이 출산과 육아의 부담을 여성에게 전적으로 부담시키고 있어,이를 고치지 않고서는 아무리 저출산에 투자해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아시아 국가들의 양성평등 인식은 어느 정도로 심각한 상황일까.

일본 정부가 2005년 10월부터 12월까지 한국과 일본 미국 프랑스 스웨덴 등 5개국에서 각각 1000명의 남녀를 선정해 양성평등 의식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취학 전 아동의 육아를 누가 담당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일본인 설문자 중 66.8%가 '아내가 맡아야 한다'(8.9%)거나 '아내가 주로 맡고 남편이 옆에서 도와줘야 한다'(57.9%)고 답했다.

남편과 아내의 공동책임이라는 답은 31.2%에 불과했다.

한국도 비슷한 비율로 답했다.

반면 유럽의 대표적 고출산국인 스웨덴의 경우 '아내쪽에 책임이 있다'는 답은 6.8%에 불과했다.

대신 92.4%가 공동부담이라고 답했다.

확실히 자녀 양육에 대해 양성평등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프랑스의 경우엔 아내쪽에 책임을 떠맡기는 답이 각각 36.0%와 45.1%로 스웨덴보다는 높았지만 공동책임이라는 의견은 60.4%,53.3%로 한국과 일본의 그것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

'남편은 밖에서 활동하고 여자는 집안일을 한다'는 성 역할 분담에 대한 의견에서도 동·서양 국가들의 인식차가 확연했다.

일본인은 57.1%가 '찬성'(11.1%) 또는 '대체로 찬성'(46.0%)이라고 답해 긍정적 대답이 5개국 중 가장 높았다.

한국은 긍정적 답(48.5%)과 부정적 답(49.1%)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미국과 프랑스는 각각 반대 의견이 54.6%와 71.4%로 나왔다.

스웨덴은 성 역할 구분에 찬성하는 의견은 8.6%에 불과한 반면 반대 의견이 90.7%로 성 구분에 대한 인식 자체가 사회적으로 사라졌음을 보여줬다.

'3세 미만 아기는 엄마가 집에서 키워야 한다'는 '3세아 신화(神話)'에 대해서는 한국인들의 긍정적 답이 85.5%로 가장 높았다.

일본도 67.8%가 그렇게 답해 육아문제에 대해 가정중심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사회 보육시설이 잘 정비돼 있는 스웨덴이나 프랑스의 경우는 반대 의견이 각각 48.8%와 67.5%로 나왔다.

"자기 나라가 아이를 키우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서는 한국인들의 79.8%가 '그렇지 않다'고 답해 한국이 자국민에게 가장 육아 기반시설이 취약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는 답은 18.6%에 불과했다.

일본은 긍정과 부정이 각각 47.6%와 50.3%로 비슷한 수준이었고 스웨덴은 압도적인 다수(97.7%)가 아이를 키우기에 좋은 나라라고 답했다.

'자녀 양육과 관련해 활용하는 제도나 시설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한국인의 31.5%,일본인의 26.1%가 특별한 것이 없다고 답해 보육지원과 관련해 사각지대가 광범위하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최숙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신신(新新)엔젤플랜'에서는 양성평등을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남성의 육아 휴직과 기업의 가족 지원 등을 장려하고 있다"며 "이런 방향 전환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