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대학 수가 줄어드는 '대학 도태 시대'가 시작됐다.

올 신학기부터 대학 입학 정원이 입학자보다 많은 대학 전입(全入,통계적으로 대학에 다 들어간다는 뜻) 시대를 맞아 정원 미달로 재정이 어려워진 대학의 탈락(파산,자진 폐교,매각)이 속출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합병 바람도 거세지고 있다.

9일 발행된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550여개 사립대학 중 40% 선인 222개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저출산으로 신입생 연령대 인구가 준 반면 사립대학이 규제완화로 지난 15년간 190여개나 새로 생긴 데 따른 결과다. 정원 미달은 수익 감소로 연결돼 이들 대학의 재정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현재 사립대학 재단의 20%가량이 적자 상태로 학교 운영이 어려운 상황으로 분석됐다.

가메이 노부아키 고등교육 종합연구소 연구원은 "사립대학 중 5년 안에 50여개가 매각 통합 등을 통해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원 학생이 줄어들자 스스로 문을 닫는 사립대학도 나타났다.

하기 국제대학이 2005년 정원 미달로 첫 파산한 데 이어 도와대는 올해부터 신입생 모집을 중단한다.

이로 인해 대학 간 합병도 본격화하고 있다.

게이오대가 작년 11월 교리쓰 약대를 흡수 통합하기로 합의,2008년부터 새 출발을 한다.

또 작년 말 간사이학원대와 세이와대도 2008년 말까지 통합하기로 합의했다.

대학가에서는 유명 대학을 중심으로 몸집 불리기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쿄대학이 예술학부가 강한 여대와 통합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으며 와세다대는 도쿄여자의대와 통합을 추진 중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니츠토 히로유키 컨설턴트는 "유명 대학이 취약한 학부를 보완하거나 단과대학끼리 통합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면서 "종합대와 의·약대,의대와 약대,공대와 경제 경영 예술대 간 통합 형태가 유망하다"고 지적했다.

사립대뿐만 아니라 2004년부터 독립 행정법인으로 바뀐 국립대학 간 통합도 활발하다.

2004년 이후 13개 국립대와 5개 공립대의 통합이 성사됐다.

오사카대와 오사카 외국어대,나고야대와 도요하시대 등 10여개 대학의 통합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대학 도태 시대를 맞아 경쟁력의 대표적 지표인 대기업 취업률에서는 도요타자동차 본거지 나고야에 위치한 나고야공업대가 78.0%로 1위를 차지,'도요타의 힘'을 보여줬다.

이어 히토츠바시 48.0%,도쿄공업대 45.5%,게이오대 39.9%,규슈대 34.2% 등의 순서였다.

오사카대 도쿄이과대 조치대 전기통신대 도시샤대 등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도쿄대는 11위에 그쳤으며 요코하마국립대가 14위,와세다대가 16위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지원자수 증가 부문을 보면 국립대 중에서는 야마나시 현립대가 213% 늘어나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나라현립 의과대,와카야마 현립 의과대,사이다마 현립대,아오모리 공립대 등이 5위권에 포함됐다. 사립대중에서는 데이쿄대가 864% 증가해 1위를 차지했다. 오사카 오타대,주몬지 여자대,다카사키 건강복지대,무사시노대 등이 뒤를 이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