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출신 첫 공채 최고경영자(CEO)로 괄목할 만한 경영성과를 일궈낸 서울메트로(옛 서울지하철공사)의 강경호 사장(62)이 지난 8일 전격 사퇴함에 따라 이명박 전 시장이 도입했던 민간기업 방식의 서울시 산하 공기업 혁신작업이 사실상 물건너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라중공업 부회장을 지낸 강 전 사장은 이 전 시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2003년 서울메트로 최초의 민간출신 공채 CEO가 됐다. 사실 지난해 4월 임기(3년)가 끝나긴 했다.

하지만 5월31일에 있은 서울시장 선거 등의 영향으로 1년 시한의 '연장근무'에 들어간 그는 개혁완성 의지를 표명하는 등 연임 의사를 강하게 내비쳐왔으나 서울시와 메트로 내부 공무원들의 반발에 부딪쳐 사퇴를 결심한 것.

3년8개월의 임기 중 강 전 사장은 '6시그마 경영''성과관리제도' 등 기업식 경영마인드를 도입,만성 적자에 시달려온 서울메트로의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부임 당시 3600억원이 넘는 경영적자는 2005년 817억원으로 줄어들었다. 2002년 말 3조원에 달하던 차입부채도 조기상환 등을 통해 2005년 말 6259억원 줄어든 2조2775억원을 기록했다. 서울메트로 일각에서도 "기업인 출신답게 수익성과 혁신을 강조해 그동안 지시와 관리에 익숙해져 있던 공기업에 새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강 전 사장이 퇴임한 데는 개혁피로에 지친 서울시와 서울메트로 내부 공무원들의 반대가 결정적 작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후임 사장까지 이미 서울시 본청의 K국장이 사실상 내정됐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이번 인선을 계기로 보수적인 서울시 공무원 조직의 파워를 다시 한번 절감했다"며 "3년8개월간의 반짝 개혁 이후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한편 서울시는 오는 17일까지 공개모집을 통해 강 전 사장의 후임을 선정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으나,기업인 출신 CEO가 다시 선임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