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9일 오전 11시30분 회견장인 춘추관에 정시에 도착,간단한 인사말에 이어 15분간 곧바로 담화문을 읽어 나갔다.

노 대통령은 "오늘은 질문을 받지 않겠다.

양해해 달라"고 말한 뒤 곧바로 춘추관을 떠났다.

기자회견장에는 이병완 비서실장과 변양균 정책실장을 비롯한 수석·보좌관들이 모두 참석,긴장된 표정으로 노 대통령의 담화문 낭독을 지켜봤다.


ㅇ…특별 담화문 발표는 이날 오전 예고 때까지 철통 보안에 부쳐졌다.

정확한 발표 형식과 시간도 이날 아침 노 대통령이 참석한 참모회의에서 결정될 정도로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논의 과정도 이병완 비서실장을 비롯한 일부 관계 수석과 비서관들만이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ㅇ…담화문 발표 사실도 청와대가 각 방송사에 발표 생중계를 요청하는 과정에서야 언론에 알려졌을 뿐 청와대 내부 기획단계부터 철저히 보안이 유지됐다.

오전 8시30분 언론 보도를 통해 노 대통령의 담화 발표 사실이 알려지자 여야 각 정당에서도 담화문에 담긴 내용이 뭘지를 둘러싸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 등 일대 혼선이 빚어졌다.


ㅇ…정부 각료 가운데에는 한명숙 총리가 사전에 언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9시 국무회의 개의에 앞서 "국무위원들은 의안을 설명할 때 다른 때보다 간단하게 해달라"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국무위원들은 국무회의 말미에서야 노 대통령으로부터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것이라는 언급을 들었다.


ㅇ…청와대는 지난해 여름부터 개헌안 제안을 준비해오는 등 주도면밀한 사전작업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병완 비서실장은 이날 "집중적인 검토는 지난 연말 정기국회가 끝날 무렵부터 이루어졌고 구체적 자료작업은 지난해 12월28일 임시국회가 종료되는 시점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