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개헌론 제기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불확실성만 증폭시킬 것이다."노 대통령이 '개헌'이라는 핵폭탄급 이슈를 터트린 것에 대한 정치·경제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대학의 정치·경제학자들과 경제연구소의 전문가들은 연말 대통령선거와 이를 겨냥한 정계개편,여기에다 더해진 개헌론으로 인해 올 한해 경제 문제가 정치게임의 뒷전으로 사라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성장 둔화에다 부동산 문제로 야기된 금융시장의 불안이 정치놀음에 묻혀 1997년의 외환위기나 2002년의 카드대란 사태가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걱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 일수록 경제부총리가 중심을 잡고 경제회생 정책을 흔들림없이 추진해야 하며,기업인들과 소비자들은 정치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면전환용 분석 지배적

신명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이 시기에 대통령이 중임제 개헌을 들고 나온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며 정치적 의도가 포함돼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대통령 단임제를 연임제로 바꾼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개헌논의가 시작되면 온 나라의 신경이 1년 내내 개헌에만 쏠릴텐데,경제에 악영향을 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노 대통령이 지지율이 한자릿수까지 떨어지니까 국면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화두를 던진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경제 불확실성 가중 불가피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세계 경제가 둔화되고 있고 우리 경제도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4년 연임제 개혁이 추진되면 불확실성이 가중되며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연말 대통령선거만으로도 이미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라며 "여기에 개헌논의까지 합치면 불확실성은 예년의 2∼3배가 아니라 10배까지 커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통령은 원포인트 개헌이라고 했지만 일단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이해당사자들이 다양한 개헌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대한민국의 영토 문제나 복지,토지공개념 등의 다양한 요구가 개헌 과정에서 흘러나올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경제부총리 중심잡아야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개헌 논의가 단기적으론 정치 사회 논란을 불러일으켜 경제에 부정적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론 심리 안정 등 긍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지나친 불안감 확산을 경계했다.

이지순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권 말기 정치적 리더십이 흔들리더라도 관료사회는 눈치보고 본연의 업무를 뚝심있게 밀고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동·송종현 기자 jdpower@hankyung.com


[ 변협 공식 논평 - "논의는 차기정권서" ]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천기흥)는 9일 노무현 대통령의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 제안에 대해 "논의 자체를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식 논평을 냈다.

변협은 이날 논평에서 "일본이나 독일 등 개헌 논의가 있는 국가에서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해 공개적으로 수년씩 논의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차근히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협은 이어 "현 정부의 낮은 지지도와 재집권을 위해 기본 틀을 바꾸려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개헌 논의는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