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9일 중앙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 국민들은 사실상 노무현 대통령의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위한 임기 내 헌법 개정' 제안을 사실상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연임제 자체는 찬성하지만 개헌을 하더라도 다음 정권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응답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제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가'라는 질문에 54.3%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는 41.8%였다.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5년 단임제보다는 4년 연임제가 낫다고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4년 연임제로의 전환을 위한 개헌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다른 반응이 나왔다.

노 대통령 임기 중 개헌에 찬성한 응답자는 24.0%에 불과했다.

68.3%가 개헌을 하더라도 차기정권에서 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설문에 나타난 것처럼 4년 연임제 자체에 대한 반응은 나쁘지 않다.

문제는 "왜 하필이면 이 때…"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응답자의 57.0%가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노 대통령의 정국 돌파를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보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통령 선거를 1년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나온 개헌론은 정치권에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올 게 분명하다.

국민들은 무엇보다 국론 분열을 걱정하고 있다.

더욱이 경제에 올인해야 할 시점에 대통령이 직접 '정치 게임'을 촉발시켰다는 점에서 경제의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부)는 "경제가 어려워지는 마당에 이런 논의를 들고 나온 것은 최악의 타이밍"이라며 "대통령은 원포인트(4년 연임제) 개헌이라고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한국의 영토 문제나 복지 문제로까지 개헌 논의가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