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올초 신년사에 이어 다시 한번 임직원들에게 "정신을 바짝 차릴 것"을 주문했다.

올해의 경영방침을 '창조경영'으로 정한 데 이어 갈수록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 경각심을 갖자고 강조한 것.

이 회장은 9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자신의 생일을 기념해 가진 계열사 사장단과의 만찬이 끝난 뒤 기자와 만나 올해 경영방침을 '창조경영'으로 정한 까닭과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묻는 질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예년처럼 (경영)한다면 어렵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정상의 발치에서 주저앉을 수 있다.

삼성도 예외는 아니다"며 위기를 강조한 대목과 같은 맥락이다.

올해 삼성이 처한 경영여건이 어렵고,창조적인 변화를 추구하지 않고서는 삼성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9월 전자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처음으로 '창조경영'을 화두로 제시하면서 삼성이 놓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창조적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었다.

그는 당시 "잘 나간다고 자만하지 말고 항상 위기의식을 갖고 변화의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한다"며 "과거에 해오던 대로 하거나 남의 것을 베껴서는 절대로 독자성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을 원점에서 보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창조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었다.

삼성 관계자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이 회장의 말은 결국 인재와 기술 외에 위기를 감지하고 이를 극복해내기 위한 정신무장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회장은 만찬에 앞서 이날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이 끝난 뒤 올해 정기인사에서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전무승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회장은 '올해 이재용 상무가 승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승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재용 상무는 2004년 상무로 승진한 지 3년째를 맞으며 올해 전무 승진이 점쳐져 왔다.

공교롭게도 이 상무는 지난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발리하이리조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처음으로 참석하는 등 대외 보폭을 넓혀 주목받았다.

이 상무는 이 자리에서 승진설과 관련,말을 아꼈으나 "올해 회사도 성장하고 저도 인간적으로 회사 내에서 커리어를 개발하겠다"고 말했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