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증시의 동반 하락은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친 탓이 컸다.

이머징마켓 리스크(신흥시장 투자위험)가 새삼 부각된 데다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하락,그리고 일본 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등 증시에 부정적인 요인이 동시에 불거지면서 가뜩이나 투자 심리가 취약해진 시장을 더욱 끌어내리는 모습이다.

가장 큰 요인은 태국과 베네수엘라에서 촉발된 이머징마켓 리스크였다.

하루 전인 9일 태국 정부는 외국기업의 지분을 50% 이내로 엄격하게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의 시행으로 외국인 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태국 증시는 9일 2.7% 내려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10일에도 하락세를 지속했다.

태국은 지난해 12월에도 강력한 외환규제책을 내놓았다가 하루 만에 대폭 후퇴하는 등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의 영향으로 태국 주가는 지난해 12월 외환규제책 발표 후 17%나 빠진 상태다.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주요 전력 및 통신사 국유화 방침도 이머징 마켓 전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카라카스 주가지수는 국유화 발표 당일인 9일 무려 19%나 떨어지며 1993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대만 그랜드케세이증권투자신탁의 필 첸은 "이들 사태는 개도국 정부가 투자자들이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의외의 결정을 언제라도 내릴 수 있다는 우려를 투자자들에게 심어줬다"며 이날 아시아 주가 폭락 배경을 설명했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도 관련 기업들의 주가를 끌어내리며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를 짓눌렀다.

일본 최대 석유수출 기업인 인펙스의 주가는 국제유가가 18개월 만에 최저치인 배럴당 55.64달러(WTI기준)로 떨어졌다는 소식에 1.8% 내렸고 일본 최대 정유업체인 니혼오일 주가도 5% 가까이 빠졌다.

한편 오는 18일부터 열리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도 아시아 증시에는 부정적 뉴스였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