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사태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악화되고 있어 걱정이 크다. 노조 집행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자숙(自肅)하기는커녕 투쟁의 수위를 높이기로 결정한 까닭이다. 박유기 노조위원장은 어제 현대차 사옥 앞에서 항의집회를 갖고 "12일 대의원대회에서 파업 여부를 결정한 뒤 15일부터 파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자칫하다간 생산라인 전체가 멈추는 최악의 상황이 빚어지지 않을지 우려된다.

무엇보다도 노조가 회사의 불허(不許) 결정에도 불구,생산현장을 떠나 상경(上京)시위까지 강행한 것은 힘의 논리를 앞세운 행동이라는 점에서 무척 유감스럽다. 회사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건물 주위에 버스와 컨테이너 등으로 방어벽을 쌓은 모습이 소비자들에게 각인(刻印)된 것은 물론이고,그로 인해 현대차의 이미지가 추락하는 손실을 입게 된 점도 안타까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노조의 투쟁이 회사는 물론 조합원들까지 멍들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28일부터 시작된 특근 및 잔업거부로 인해 회사는 지금까지 1만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했고 조합원들이 받지 못한 임금도 60만∼70만원으로 성과급 요구분인 100만원에 근접한 상태다. 협력업체 역시 가동률이 떨어지고 매출액도 줄어드는 피해를 당하고 있다.

이처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투쟁이 강행되다 보니 조합원의 호응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 당초 집행부는 어제 집회에 3000명 이상 참석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실제 참가자는 절반에도 못 미쳤다. 노조가 이처럼 투쟁만을 고집하는 배경에는 25일 실시될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선거에서 자신이 속한 계파가 이기기 위해 선명성 경쟁이 불붙은 이유가 크다는 분석이고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현대차노조는 이미 명분은 물론 실리(實利)까지 잃은 상태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의 사과 권유까지 거부한 노조를 직접적으로 도와줄 세력은 어디에도 없다. 만약 궁지를 벗어나기 위해 12일 대의원대회에서 끝내 전면파업을 결의할 경우 이는 자기 무덤을 파는 행위에 불과하다.

현대차노조는 하루빨리 정상근무에 임해야 한다. 글로벌경쟁시대를 맞아 회사를 투쟁의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노조는 더 이상 존립(存立)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