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만기가 다가오고 프로그램 매물이 연일 쏟아지면서 연초 주식시장을 압박했다. 하지만 프로그램 매물이 주가 하락의 본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10일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프로그램 매물에 의한 주가 하락은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프로그램 매물이 나온다고 해도 가격 메리트가 커지면 사자가 유입되면서 얼마든지 가격을 지지하거나 주가를 상승세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본질적으로 주가 상승 요인에 심각한 하자가 생긴 것이라면 그 동안의 낙관적인 주가 전망과 관계없이 하락 추세를 받아들이고 투자전략을 수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기업실적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와 글로벌 유동성의 위축 우려를 주가 하락의 본질적인 이유로 꼽았다.

먼저, IT와 은행, 자동차 등 주요 업종을 중심으로 4분기 실적이 예상했던 수준을 밑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 분위기가 냉랭해지고 있다는 것.

그러나 김 팀장은 "이는 경기지표의 바닥권 통과 시점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혼돈이지 실적의 추세적인 악화는 아니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경기지표 개선세가 확연해질 향후에는 기업실적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실적 발표와 함께 이러한 우려는 희석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일본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더해 부각된 엔케리 트레이드 청산과 글로벌 유동성 위축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상품가격이 하락한 점도 이러한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김세중 팀장은 "글로벌 유동성 위축은 글로벌 금리인상에서 촉발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불균형의 시정에서 시작된다"며 "이러한 우려는 실체와 규모를 알 수 없는 '침소봉대'의 성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글로벌 불균형의 원천인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올해는 부동산 가격 조정에 따른 소비 약화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불균형이 시정되면 결과적으로 이머징 시장에 유입된 자금의 총량이 줄어들게 되지만 그 동안 글로벌 유동성의 수혜자가 한국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그 영향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팀장은 "글로벌 유동성의 수혜자는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나라였다"며 "IT와 수출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한국은 2005년 이후 글로벌 유동성 확대의 결과물인 달러약세 등으로 오히려 상대적인 약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유동성 위축에 따른 국내 증시의 영향은 시간을 좀 더 두고 확인해야할 사안이라며 글로벌 불균형 시정 과정에서 달러 약세 압력이 둔화될 경우에는 오히려 환율 안정으로 관련주들이 점차 힘을 얻게 될 수도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하나증권 김진호 연구원은 "상품가격 하락의 경우 유동성 위축을 시사할 수도 있지만 물가의 안정도 기대할 수 있게 한다"면서 "선진국 증시가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경우 글로벌 유동성 위축 우려에 따른 세계 증시의 조정 확산에 방패막이 역할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