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식시장에서는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로 대변되는 자산주가 핵심 테마주 가운데 하나였다. 시장 전체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보유 자산 대비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인식된 주식들에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자산주가 동반 오름세를 탔다. 유가 급등,부동산 가격 상승,급격한 원화 절상 등에 따라 불확실한 수익가치보다는 안전한 자산가치에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장하성펀드' 등장도 자산주 주가 상승에 기폭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자산주 랠리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영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네 가지 점에서 자산주 랠리가 올해도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첫째는 환율과 유가 움직임이 여전히 불안한 가운데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올해도 뚜렷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둘째는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올해도 증시의 주요 이슈로 부각되면서 자산주가 M&A의 매력적인 대상으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업지배구조펀드와 PEF(사모펀드)의 적극적인 주식시장 참여와 이에 따른 자산가치 저평가 종목들의 재평가도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함께 유휴 공장부지 개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자산주들의 자산가치 현실화가 예상된다. 넷째는 정부의 규제 완화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보유 계열사의 투자 유가증권 가치가 주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지난해까지 단순 저PBR 종목들이 무차별적으로 올랐다면 올해는 철저히 실질 자산가치 현실화 가능성과 펀더멘털(내재가치) 개선 여부에 따라 자산주의 주가 차별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저PBR 종목 가운데 영업이익률이 높고 시가총액 대비 순현금비율과 투자 유가증권 비중이 각각 30%,50% 이상인 종목 가운데 효성 동부제강 코오롱 아세아시멘트 대한화섬 대한제당 건설화학 한국화장품 삼양통상 넥센 등을 유망주로 꼽았다.

임세찬 대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산주 가운데서도 토지 및 현금자산 대비 저평가돼 있으면서 실적 추이가 양호하고 PER(주가수익비율) 기준으로 저평가된 종목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동양백화점 페이퍼코리아 부산주공 한화 한일단조 세방 동원산업 케이아이씨 백광산업 한진중공업 등을 추천했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는 "올해 시장에서는 자산주와 가치주가 시세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표적인 가치주들의 PER가 20~30배 수준으로 올라 버블 우려까지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