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기관 투자가들이 좀처럼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매물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며 제대로 방어막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코스닥 시장에산 오히려 팔자에 앞장서며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투신을 비롯한 기관 투자가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올들어 지난 9일까지 5000억원 가량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올초부터 외국인들의 선물매도에 따른 베이시스 악화로 차익거래잔고 청산이 1조원 넘게 이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사자 우위를 보이고 있긴 하다.

하지만 넘쳐나는 물량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외국인들의 물량을 받아내며 지수를 방어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오후 1시56분 현재에도 기관은 투신과 연기금을 중심으로 1532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선 외국인들이 500억원 가량의 주식을 순매수하는 동안 770억원을 내다 팔며 지수 하락을 부채질했다. 이시각 현재 순매도 규모는 62억원.

올해 수급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것이라던 연기금도 팔자 우위를 보이며 눈치를 보고 있다.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2일 연속 순매도로 일관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김주형 연구원은 "리스크 압력이 커진 상태여서 기관들이 매도에 동참하는 반면 매수에는 다소 보수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기금들도 아직 자금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아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양증권 홍순표 연구원은 "시장 분위기가 안좋아지면서 기관들이 12월 만기에 청산하지 못한 물량과 배당 관련해 유입된 물량 등을 털어내고 있다"면서 "연기금도 진입 시점이 불투명해졌다"고 밝혔다.

일단 지지선이 확인되고 급락 흐름이 진정되야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나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돼 있는 상황이어서 여의치 않다는 분석이다.

홍 연구원은 "11일 만기 부담을 털어내고 어닝 시즌동안 실적들을 확인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특히 지수가 1350선대까지 밀려 중요한 분기점에 도달한만큼 현 지수대에서는 기관들도 시각의 변화를 고려해볼만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총알이 부족해진 점도 기관이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자산운용협회 등에 따르면 최근 두달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1조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갔다. 지난 5일 기준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 수탁액 잔액은 156억원 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