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승부수 정치' 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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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賢雨 <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 >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발의권까지 언급하며 대통령4년 연임제와 동시선거 개헌을 위한 대(對)국민담화를 발표했다. 그런데 개헌내용이 정치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를 좀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과연 5년 단임제가 대통령이 겪는 업무수행의 결정적 장애요인인지에서부터 4년 연임제가 대안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시선거는 대통령제의 권력분립원칙을 깨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따라서 개헌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신중하게 짚어보는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의 5년 주기 대선(大選)방식에서 선거 해에 대통령은 권력누수로 인해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4년 연임방식이라면 대통령은 차기대선에 도전하기 때문에 레임덕이 방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좀더 생각해보면 현직 대통령은 연임에 도전할 수도 있지만,1968년 미국의 린든 존슨 대통령처럼 낮은 인기 등 당선 가능성이 낮을 경우에는 재선을 포기할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 차기대선을 노리는 현직 대통령은 선거를 의식하게 되고,한국 정치문화에서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대통령의 정책을 차기대선을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아져 소신과 신뢰 있는 정책수행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후자의 경우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져 실패한 대통령으로 낙인 찍히게 되고,단임제 임기 말의 레임덕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심한 권력누수가 나타날 것이다.
연임제를 채택하면 책임정치 구현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뒤집어 말하면 역대 대통령들이 단임제이기 때문에 정치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거나 임기 후반에 국민들의 지지가 낮았던 것은 아니었다. 또한 책임정치란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집권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더 중요한 것이다.
동시선거를 치르면 선거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은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다. 민주주의 아래에서는 정치에 대한 끊임없는 감시가 필요하며,선거는 국론분열이 아니라 국민들의 평가를 의미한다. 대통령제에서 대통령과 의회의 권력분립은 기본원칙이다. 이미 동시지방선거 결과에서 경험한 것처럼 동시선거가 치러지면 표의 쏠림현상이 두드러진 것이 한국선거의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대선과 총선의 동시선거는 총선의 실종을 가져올 것이다. 여소야대(與小野大)의 가능성은 없어지고 대통령 정당에 의한 권력독점이 일상화될 것이다. 유권자들이 동시선거에서 같은 정당을 택하는 일괄투표가 분할투표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하루에 치러진 선거로 모든 국가권력이 결정되기 때문에 선거과정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격렬해지고 정당들은 문자 그대로 사활을 건 경쟁에 돌입할 것이다.
개헌의 내용뿐만 아니라 개헌시기도 반드시 당장이 최적이 아닐 수 있다. 임기변경의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20년 만의 기회이지만 지금처럼 국민들의 정치불신과 정치권 내에서의 상호불신이 높은 상황에서는 상대방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합의를 위한 거래비용이 너무 크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연말대선에서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기에도 벅차다. 대통령을 뽑는 문제 이외에 다른 정치문제로 선거관심이 흐트러지거나 그로 인해 정국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국민들은 원치 않는다.
대통령이 밝힌바 대로 개헌제안이 정치적 계산에 의한 전략은 아님을 믿고 싶다. 어차피 개헌 논의는 6월 이전에 종결될 것이고,개헌에 실패하면 대통령은 임기 말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우려되는 것은 개헌추진 과정에서 대통령직 사퇴와 같은 승부수를 통해 국민을 협박하고 정치를 파행으로 이끌 가능성이다. 개헌을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의 3분의 2 찬성과 국민투표에서 50% 이상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이처럼 개헌은 현상유지보다 훨씬 힘든 과정이다.
어려울수록 타협의 여지를 열어놓는 지혜가 필요하다. 갈등에 지친 국민들을 또 다른 갈등으로 힘들게 해서는 안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발의권까지 언급하며 대통령4년 연임제와 동시선거 개헌을 위한 대(對)국민담화를 발표했다. 그런데 개헌내용이 정치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를 좀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과연 5년 단임제가 대통령이 겪는 업무수행의 결정적 장애요인인지에서부터 4년 연임제가 대안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시선거는 대통령제의 권력분립원칙을 깨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따라서 개헌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신중하게 짚어보는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의 5년 주기 대선(大選)방식에서 선거 해에 대통령은 권력누수로 인해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4년 연임방식이라면 대통령은 차기대선에 도전하기 때문에 레임덕이 방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좀더 생각해보면 현직 대통령은 연임에 도전할 수도 있지만,1968년 미국의 린든 존슨 대통령처럼 낮은 인기 등 당선 가능성이 낮을 경우에는 재선을 포기할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 차기대선을 노리는 현직 대통령은 선거를 의식하게 되고,한국 정치문화에서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대통령의 정책을 차기대선을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아져 소신과 신뢰 있는 정책수행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후자의 경우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져 실패한 대통령으로 낙인 찍히게 되고,단임제 임기 말의 레임덕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심한 권력누수가 나타날 것이다.
연임제를 채택하면 책임정치 구현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뒤집어 말하면 역대 대통령들이 단임제이기 때문에 정치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거나 임기 후반에 국민들의 지지가 낮았던 것은 아니었다. 또한 책임정치란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집권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더 중요한 것이다.
동시선거를 치르면 선거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은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다. 민주주의 아래에서는 정치에 대한 끊임없는 감시가 필요하며,선거는 국론분열이 아니라 국민들의 평가를 의미한다. 대통령제에서 대통령과 의회의 권력분립은 기본원칙이다. 이미 동시지방선거 결과에서 경험한 것처럼 동시선거가 치러지면 표의 쏠림현상이 두드러진 것이 한국선거의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대선과 총선의 동시선거는 총선의 실종을 가져올 것이다. 여소야대(與小野大)의 가능성은 없어지고 대통령 정당에 의한 권력독점이 일상화될 것이다. 유권자들이 동시선거에서 같은 정당을 택하는 일괄투표가 분할투표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하루에 치러진 선거로 모든 국가권력이 결정되기 때문에 선거과정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격렬해지고 정당들은 문자 그대로 사활을 건 경쟁에 돌입할 것이다.
개헌의 내용뿐만 아니라 개헌시기도 반드시 당장이 최적이 아닐 수 있다. 임기변경의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20년 만의 기회이지만 지금처럼 국민들의 정치불신과 정치권 내에서의 상호불신이 높은 상황에서는 상대방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합의를 위한 거래비용이 너무 크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연말대선에서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기에도 벅차다. 대통령을 뽑는 문제 이외에 다른 정치문제로 선거관심이 흐트러지거나 그로 인해 정국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국민들은 원치 않는다.
대통령이 밝힌바 대로 개헌제안이 정치적 계산에 의한 전략은 아님을 믿고 싶다. 어차피 개헌 논의는 6월 이전에 종결될 것이고,개헌에 실패하면 대통령은 임기 말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우려되는 것은 개헌추진 과정에서 대통령직 사퇴와 같은 승부수를 통해 국민을 협박하고 정치를 파행으로 이끌 가능성이다. 개헌을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의 3분의 2 찬성과 국민투표에서 50% 이상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이처럼 개헌은 현상유지보다 훨씬 힘든 과정이다.
어려울수록 타협의 여지를 열어놓는 지혜가 필요하다. 갈등에 지친 국민들을 또 다른 갈등으로 힘들게 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