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미래를 위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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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일본의 21세기 비전을 읽어봤다. 흥미롭게도 '피해야 할 시나리오'가 먼저 나왔다. 경제가 정체·축소되는 것, 정부가 민간경제 활동에 짐이 되는 것, 글로벌화 등 흐름을 타지 못하고 성장 찬스를 놓치는 것, 그리고 국민들 가운데 희망상실자가 늘어나는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1~2년이 갈림길이라고 했다. 이쯤되면 일본의 미래비전이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 안에 무슨 내용이 담겼는지는 짐작하고 남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대응문제는 미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CIA의 싱크탱크 국가정보위원회(National Intelligence Council)가 시리즈로 내놓는 글로벌 전망 보고서의 밑바탕엔 '미국의 세계주도권 유지'라는 동기가 깔려 있고, 미국 경쟁력위원회의 'Rethink America' 'Innovate America' 등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방법론을 제안하고 있다.
'신(新)리스본 전략'을 들고 나온 유럽연합의 경우는 한마디로 미국을 추월하자는 얘기다. 특히 영국은 지식기반경제 흐름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지, 핀란드는 균형과 형평위주 경제에 어떻게 하면 활력을 불어넣을지에 대한 고민과 대응책을 담았다.
부상하는 중국과 인도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이른바 '창신형(혁신형) 국가'를 내걸고 철저히 실리위주의 부국강병을 노리겠다는 의도다. 인도는 글로벌 분업구조의 흐름을 타고 세계 4대 강국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했다.
이들 미래비전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우선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방향성이 확실하다는 얘기다. 전략도 명쾌하다. 인적자원과 과학기술을 두 축으로 삼고, 여기에 이노베이션, 기업가정신을 불어넣어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역동성이 키워드인 셈이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국민적 컨센서스를 통해 에너지를 모아가고 있다.
이제 우리 얘기를 해보자. 미래에 대한 절박성으로 치면 지금 우리는 다른나라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당장 한·중·일 동북아 분업구조에서 우리 위치가 어떻게 변할지 솔직히 그것부터 불안하다. 2020년대에 이르면 노동력 감소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2.8%로 하락한다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투자부진이 지금처럼 계속되면 그마저도 장담하기 어렵다. 게다가 서비스업이 경쟁력을 갖추기도 전에 제조업이 경쟁력을 상실하기라도 하면 기업도, 경제도 고통스러운 성장 정체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제조업은 이미 환율충격의 시험대에 올라서 있다.
당연히 미래비전과 전략은 어느 나라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가 의욕적으로 내놨다는 '비전 2030'은 채 몇개월도 지나지 않아 국민들의 관심권에서 완전히 멀어져버린 느낌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비전 2030이 던진 메시지가 분명하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고, 추진전략이 모호한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은 고치거나 보완하면 될 일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인 이유라고 보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다. 바로 정부의 신뢰상실이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이다. 일본이 설정한 '피해야 할 시나리오'가 엉뚱하게도 우리의 현실로 나타나지 않을지 자꾸만 그게 걱정스럽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미래에 대한 불안과 대응문제는 미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CIA의 싱크탱크 국가정보위원회(National Intelligence Council)가 시리즈로 내놓는 글로벌 전망 보고서의 밑바탕엔 '미국의 세계주도권 유지'라는 동기가 깔려 있고, 미국 경쟁력위원회의 'Rethink America' 'Innovate America' 등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방법론을 제안하고 있다.
'신(新)리스본 전략'을 들고 나온 유럽연합의 경우는 한마디로 미국을 추월하자는 얘기다. 특히 영국은 지식기반경제 흐름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지, 핀란드는 균형과 형평위주 경제에 어떻게 하면 활력을 불어넣을지에 대한 고민과 대응책을 담았다.
부상하는 중국과 인도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이른바 '창신형(혁신형) 국가'를 내걸고 철저히 실리위주의 부국강병을 노리겠다는 의도다. 인도는 글로벌 분업구조의 흐름을 타고 세계 4대 강국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했다.
이들 미래비전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우선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방향성이 확실하다는 얘기다. 전략도 명쾌하다. 인적자원과 과학기술을 두 축으로 삼고, 여기에 이노베이션, 기업가정신을 불어넣어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역동성이 키워드인 셈이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국민적 컨센서스를 통해 에너지를 모아가고 있다.
이제 우리 얘기를 해보자. 미래에 대한 절박성으로 치면 지금 우리는 다른나라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당장 한·중·일 동북아 분업구조에서 우리 위치가 어떻게 변할지 솔직히 그것부터 불안하다. 2020년대에 이르면 노동력 감소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2.8%로 하락한다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투자부진이 지금처럼 계속되면 그마저도 장담하기 어렵다. 게다가 서비스업이 경쟁력을 갖추기도 전에 제조업이 경쟁력을 상실하기라도 하면 기업도, 경제도 고통스러운 성장 정체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제조업은 이미 환율충격의 시험대에 올라서 있다.
당연히 미래비전과 전략은 어느 나라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가 의욕적으로 내놨다는 '비전 2030'은 채 몇개월도 지나지 않아 국민들의 관심권에서 완전히 멀어져버린 느낌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비전 2030이 던진 메시지가 분명하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고, 추진전략이 모호한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은 고치거나 보완하면 될 일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인 이유라고 보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다. 바로 정부의 신뢰상실이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이다. 일본이 설정한 '피해야 할 시나리오'가 엉뚱하게도 우리의 현실로 나타나지 않을지 자꾸만 그게 걱정스럽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