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지털단지 6000社 돌파...1년에 1000곳 6년새 9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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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솔루션 개발 업체인 퓨쳐시스템은 지난해 초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구로구 서울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로 회사를 옮겼다.
김광태 사장은 "강남 사무실 임대금 40억원을 빼 디지털단지에서 비슷한 크기의 사무실을 분양받고도 돈이 남았다"고 했다.
더욱이 강남에서는 매달 2000만원씩 내던 관리비도 지금은 600만원 수준으로 줄었다는 것.
김 사장은 "3~4년 전만 해도 구로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아 업체들이 가능하면 강남에 머물려고 했지만 최근에는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비용 대비 만족도가 높은 구로로 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한 해 1000개가 넘는 기업들을 끌어들이며 '벤처 메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10일 한국산업단지공단 서울지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까지 이곳에 입주한 업체는 총 6074개였다.
2005년 말 5124개에 비해 950개 늘었다.
구로공단에서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이름이 바뀌고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한 2000년말(712개)과 비교하면 6년 사이 9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디지털단지 입주 업체 수는 서울 강남과 서초구 테헤란밸리에 있는 기업 1만2000개(벤처기업협회가 서울시 2006년 기업통계를 기초로 한 추정치)에 절반까지 따라붙었다.
같은 기간 고용 인원은 2만9639명에서 8만4259명으로 2.84배 증가했다.
고용 인원이 상대적으로 적게 늘어난 것은 노동집약적 산업이 주류를 이뤘던 굴뚝형 공장 대신 기술집약적 정보기술(IT) 벤처기업이 다수 들어왔기 때문.실제 입주 기업 중 IT 업체는 4297개로 전체의 76%를 차지한다.
지난해 말에는 벤처기업협회가 강남 테헤란로에서 구로로 옮겨오기도 했다.
조성태 산단공 홍보부장은 "지금 산단에 남아 있는 옛 '구로공단'의 흔적은 산단공 본사 앞에 있는 수출의 여신상뿐"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디지털단지로 몰려오는 것은 입지 여건이 좋은 데 비해 입주 자금이 상대적으로 덜 들고 정부 지원이 풍부한 까닭이다.
국가산업단지라 취득세·등록세를 100% 면제받고 재산세·종합토지세 등 지방세는 5년간 50% 감면받는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나 여의도보다 부동산 값이 낮아 초기 비용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실제 최근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형 공장들의 평균 분양가는 평당 450만~550만원 선으로 강남의 3분의 1 수준이다.
기업용 IT솔루션 개발업체 코아마임의 장매화 사장은 "분양가가 강남보다 쌀 뿐더러 유지·관리비도 평당 1만5000원 안팎으로 강남의 절반 수준(약 3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디지털단지는 입주 기업이 이처럼 폭증하면서 도로 등 인프라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입주 업체가 7년 사이 10배나 늘었지만 공단 내 도로환경은 이전 그대로 편도 2~3차로에 머물러 아침마다 '교통 지옥'을 유발하고 있다.
최효원 산단공 과장은 "최근 서울산단 1단지와 2·3단지가 연결되는 길목을 편도 2차로에서 3차로로 넓혔지만 여전히 이 구간을 통과하는 데 15분 이상이 걸릴 정도로 막히고 있다"고 말했다.
산·학·연 '클러스터'를 표방하며 기업·대학의 연구소 등을 유치했지만 실질적인 연계가 부족한 것도 디지털단지가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