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스런 느낌의 원단과 색감으로 인기를 끌다가 외환위기 이후 가격 부담으로 수요가 급감했던 벨벳의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벨벳은 원단 가격이 다른 직물보다 30%가량 비싸 그동안 의류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꺼려왔지만 최근 패션 시장에 '럭셔리 열풍'이 불면서 다양한 벨벳 의류가 쏟아져나오고 있는 것.

여성복 국내 최대 생산업체인 이랜드에 따르면 올 가을·겨울 시즌에 여성복 브랜드마다 전체에서 벨벳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15%로 2005년 같은 기간 3%보다 5배나 늘었다.

색상도 다양해져 2005년까지는 검정색과 남색이 주를 이뤘으나 올 시즌에는 붉은색부터 진한 초록색까지 다양한 색상의 제품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여성복 브랜드 로엠의 정수정 사업본부장은 "요즘 의류 브랜드마다 벨벳 제품 디자인수가 2005~2006년 가을·겨울 시즌에 비해 5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의류업체들은 오랜만에 되살아난 벨벳 붐을 이어가기 위해 10~30%씩 가격을 낮추는 등 수요기반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랜드의 오거부 여성복 생산총괄팀장은 "벨벳이 인기를 끌면서 2006년부터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도 예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되는 데다,중국에서 수입하는 물량도 늘어 고급 원단에서 저렴한 것까지 질에 따른 가격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로엠의 재킷과 원피스는 각각 6만5900원과 4만5900원으로 2005~2006년 가을·겨울 시즌보다 15% 정도 낮아졌다.

롯데백화점의 박영환 여성복 바이어는 "톰보이,쥬크,EnC와 같은 여성복 브랜드에서는 아예 벨벳 재킷을 10만원 안팎의 싼 가격에 기획 상품으로 내놔 인기를 얻고 있다"며 "판매 확대를 겨냥해 이달 말쯤 50% 할인된 가격에 다시 기획전을 열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략적으로 벨벳 제품 가격을 높인 곳도 있다.

남성복 브랜드 '지이크'는 벨벳 제품이 2005년에 완판(재고까지 모두 팔려 나간 것)된 경험을 살려 올 가을·겨울 벨벳 물량을 50% 늘리면서도 고급 원단을 써 가격을 20% 정도 올린 것.지이크의 오석민 사업부장은 "가격이 올랐지만 올 겨울에도 1월이 되기 전에 벨벳 제품은 재고까지 다 팔렸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