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남서쪽 미카타(三鷹)시에 있는 무레 보육원은 시설면에서는 일본의 여느 보육원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보육시설이다.

2층짜리 건물에 94명의 원생들이 13명의 보육교사들의 돌봄 속에 신나게 뛰어놀고 있다.

이 보육원이 일반 보육시설과 다른 점은 방문객들이 유난히 많다는 점.한 달에도 몇 차례씩 다른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이곳을 둘러보고 간다.

영리법인이 운영하는 보육시설이라는 이유에서다.

이곳을 찾는 시찰단이 가장 관심을 갖고 질문하는 내용은 국·공립 보육시설에는 부모들의 불만이 쏟아지는데 이곳엔 왜 그런 불만이 나오질 않느냐는 점이다.

○영리법인 위탁 움직임

무레보육원은 2004년 9월 미카타시 예산으로 지어져 곧바로 주식회사인 '고도모노모리(어린이 숲)'에 운영이 맡겨졌다.

가나모리 원장은 "보육원 운영을 영리법인에 맡긴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 학부모와 학자들 사이에서는 보육 서비스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로 반대가 심했다"며 "이제는 정기적인 모니터링에서도 만족도가 항상 높게 나오는 만큼 그런 얘기는 전혀 나오질 않는다"고 말했다.

미카타시는 일본 지자체 가운데는 처음으로 2002년 보육시설 운영을 영리법인에 맡기기 시작했다.

지금은 무레보육원 말고도 3개의 보육원을 이런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역 내 17개 보육원 중 4개(24%)를 영리법인에 맡겨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어린이 보육시설은 직접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운영하거나 비영리법인에 위탁하던 관행을 감안했을 때 당시 미카타시의 결정은 파격적인 것이었다.

○서비스 그대로,예산 절반으로

오이시다 히사무네 미카타시 보육원 지도과장(46)은 "당시로는 보육 한 항목에만 시 전체 예산(560억엔)의 7%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뭔가 결단이 필요했다"며 "이를 줄이기 위해 민간위탁을 시작했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미카타시는 정원 100명급 보육시설에 연간 2억엔씩을 썼는데 위탁 후엔 지원예산이 연간 1억엔으로 절반이나 줄었다.

시는 줄어든 예산을 또 다른 보육시설에 투입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민간 영리법인은 줄어든 예산으로 어떻게 좋은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가나모리 원장은 "운영의 효율화도 꾀했지만 상당부분 젊은 교사들을 채용해 그 차이를 메웠다"고 설명했다.

일본 내 다른 보육원의 경우 교사 평균 연령이 30~40대에 이르지만 무레보육원의 경우 평균 연령이 25세라는 것.젊은 교사들은 호봉이나 퇴직금 등 임금 부담이 적어 적은 예산으로도 충분히 이익을 내며 운영할 수 있다는 게 요점이었다.

○확산되는 민간위탁

히사무네 과장은 "당연히 학부모들 사이에서 서비스 질에 대한 우려가 많았는데 시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운영하고 담당자를 정기적으로 파견,점검해 여태까지 큰 문제 없이 만족스럽게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미카타시의 성공 사례는 마쓰다시 세타가와구 등 인근 지자체로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지역 내 모든 보육시설의 운영을 완전히 민간 영리법인에 맡기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사회사업대학 사회사업연구소의 황승현 연구원은 "무레보육원을 운영하는 고도모노모리 같은 회사는 전국에 40개의 보육시설을 운영할 정도로 대형화되고 있다"며 "고도모노모리 같은 회사가 일본 전역에 10개 정도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신민식 보건복지부 저출산대책팀장은 "한국은 국·공립 시설 위주로 보육시설을 확충하려 하고 있는데 이렇게 해서는 재정 부담을 견뎌내기 힘들 것"이라며 "비영리 법인뿐 아니라 영리법인의 보육시설 운영을 허용하고 이들에게 위탁운영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오사카=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