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는 최근 서울 지하철 4·7호선 전동차에 기업홍보 액자광고를 냈다.

광고 카피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한국콜마의 아름다움은 시작되고 있습니다'.한국콜마를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보이지 않는 곳'과 '아름다움'이란 문구에서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한국콜마는 화장품 회사다.

고객들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사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회사 윤동한 사장(60)은 "국내 화장품 소비자치고 한국콜마 제품을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나 이 회사 이름을 아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다.

여기서 '보이지 않는 곳'이라는 문구가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회사는 자체 브랜드 화장품이 단 한개도 없다.

대신 LG생활건강,태평양,미국 존슨앤드존슨,허벌라이프 등 국내외 유수의 160여개 기업들에 제조자 설계생산(ODM) 방식으로 화장품을 공급하고 있다.

ODM은 자사 상표를 붙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과 유사하다.

하지만 단순히 고객이 주문한대로 생산하는 OEM과는 달리 상품기획에서 개발,생산,품질관리,출하에 이르는 전 과정을 종합 서비스하기 때문에 보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 사업연도(2005년 4월~2006년 3월)까지 최근 6년 동안 연간 20%의 매출 성장을 이루면서 화장품 ODM·OEM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기준 이 회사 국내 OEM·ODM 시장 점유율은 35%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사업연도에는 전년 대비 14%가량 늘어난 8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회사측은 전망했다.

사업성과도 튼실하다.

지난 사업연도까지 무려 13년째 흑자행진을 기록했다.

화장품 업계 '이름없는 강자','보이지 않는 손'으로 통하는 한국콜마의 위용이다.

한국콜마는 대웅제약 부사장 출신인 윤동한 사장이 1990년 일본콜마와 합작으로 설립했다.

일본콜마는 미국,일본,중국 등 세계 9개국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화장품 ODM 전문기업 콜마그룹의 일원.지난해 9월 말 현재 21.8%의 지분을 보유해 윤 사장(23.3%)에 이어 두번째 대주주로 자리잡고 있다.

윤 사장은 회사 설립 당시부터 한국콜마 독자 브랜드 제품을 내놓는 대신 ODM 방식을 택했다.

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화장품 업계에서 브랜드의 중요성이 매우 컸기 때문.일본콜마와의 합작도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됐다.

"100년 이상된 외국의 유명 업체들을 따라 잡으려면 브랜드 파워면에서 너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브랜드보다는 연구개발(R&D)에서 승부를 보기로 한 거죠."

그는 1992년 과학기술부에서 인정한 기업부설 '한국콜마중앙연구소'를 설립하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매년 매출액 대비 6%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한국콜마가 콜마그룹 일원이라는 점은 회사 연구개발에 큰 힘이 됐다.

윤 사장은 연구원들을 일본콜마에 연수를 보내 선진기술을 익히고 전문성을 높이도록 했다.

또 콜마그룹 세계 500여명의 연구진이 개발한 최신 기술과 정보를 받아들여 신제품 개발에 적극 반영했다.

이 결과 한국콜마는 1994년 보건복지부의 화장품업계 품질 인증인 우수화장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CGMP)을 국내 최초로 따냈다.

지금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승인받은 기능성화장품 품목만 560개에 달한다.

국내 최다 기록이다.

한국콜마는 화장품 ODM사업 원칙으로 '1사 1처방'을 내세우고 있다.

각 고객사의 특징에 따른 맞춤형 제품을 공급하는 것.세계 160여개 화장품 기업들이 한국콜마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윤 사장은 "새로운 고객이 생기면 항상 연구개발을 새로 한다"며 "고객들이 다른 회사와 똑같은 제품을 달라고 해도 유사하지만 조금이라도 다르게 만들어서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콜마는 매년 2회씩 정기적으로 고객사들을 상대로 신제품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새롭게 개발된 제품들이 각 기업의 특성에 적합한지 여부를 소개하는 것.그러나 제품 '처방전'은 회사 노하우의 집약물이기 때문에 고객사에도 비밀이다.

한국콜마는 그러나 화장품 ODM 사업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한국콜마는 2003년 의약품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생명과학연구소를 가동시키며 제약사업에 뛰어들었다.

제약 사업 자체가 성장가능성이 큰 데다 화장품사업과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저가 화장품 보급이 확산되면서 앞으로 화장품 사업에서 매출과 수익성이 떨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한 것이라고 윤 사장은 설명했다.

한국콜마는 이미 고혈압 치료제,당뇨병 치료제,고지혈증 치료제 등 의약품과 치약,베이비파우더,염모제,발모제 등 의약외품 판매로 지난해 매출의 20%를 달성했다.

윤 사장은 "제약 사업을 더욱 강화해 앞으로 화장품 ODM 분야와 엇비슷한 정도의 비중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 국내외 바이오벤처 기업 및 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바이오벤처 기업인 백신(Vaxin)사가 개발 중인 조류 인플루엔자(AI) 백신을 국내에서 독점 판매키로 하고 계약을 맺었다.

백신사의 AI 백신은 세포배양법으로 개발되고 있는 세계 최초의 백신.달걀 숙주형 백신보다 신속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으며 실온 보관도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한국콜마는 이 백신이 임상시험에 성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 국내에는 2011년께 도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인제대 강재선 교수팀과 공동으로 항혈전제 천연물 신약을 개발 중이다.

한국콜마와 강 교수팀은 지난해 11월 관련 신약후보물질(ATA)에 대해 예비 독성시험을 실시했다.

윤 사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또 다른 사업분야는 바로 건강기능식품.한국콜마는 2004년 1월 과학기술부 산하 한국원자력연구소와 국내 최초로 민·관 공동출자 합작 벤처기업인 선바이오텍을 설립하고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선바이오텍은 면역증강 건강기능식품 신제품에 대해 임상시험을 끝내고 현재 제품허가를 진행 중이다.

이 제품은 올초 출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윤 사장은 "한국콜마를 화장품,제약,식품을 모두 아우르는 대표 국민보건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