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년 새해 증시가 작년말 증권사들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10일까지 코스피지수가 78포인트(5.48%)나 급락하는 양상이 전개되자 그 원인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글로벌 유동성 문제 부각, 국제 원자재값 하락, 미국경기 경착륙 및 일본금리 인상 가능성 등 대외적 요인과 한국증시내의 수급불균형,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단기 금리 상승세 등 대내적 요인 등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연초 아시아 신흥시장을 포함, 세계 증시가 전반적으로 조정을 받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과 태국(-8.47%)의 경우 하락도가 심해 그 나름의 원인을 따로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나증권 조용헌 연구원은 이와 관련, 태국의 경우 작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정권이 외국인투자법을 개정 승인해 외국인들의 대규모 자금 이탈이 일어났다는 뚜렷한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도 외국인의 선물 대량 매도와 프로그램 매도에 따른 수급 공백, 글로벌 유동성 문제 등이 주요 요인으로 거론되지만, 한국증시에서 외국인의 매도는 이미 상당기간 진행돼왔기 때문에 최근 주가 급락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하기에는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한국만이 가지는 나름의 문제가 따로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며 우선 최근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를 꼽았다.

조 연구원은 주택관련 대출금리와 연계된 단기금리의 상승세와 신규대출의 여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에 대한 상환능력을 우려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1일부터 본격 시작되는 기업들의 작년 4.4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당초 제시됐던 이익 전망이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는 점도 증시의 큰 우려사항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에따라 "올초 한국증시의 상대적 약세를 유동성 문제에서 한 발 나아가 펀더멘털까지 우려하는 상황으로 번졌다"면서 "그러나 아직 그 진위여부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메리츠증권 윤세욱 이사는 최근 대통령의 개헌 제안, 대통령 선거 등과 같은 정치적 이슈와 북핵문제 등 한반도가 안고 있는 지정학적 특수성 등도 투자자들의 심리에 장단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증권 성진경 연구원은 대선을 앞둔 인위적 경기부양 전망, 최근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현대차 노사 갈등, 대통령의 레임덕에 따른 정치.경제 전반의 불확실성 등도 이미 증시에 영향을 미쳤고 올 한해 계속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유택형 기자 apex20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