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환절기엔 무리 않는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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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孝鍾 < 서울대 교수·정치학 >
환절기(換節期)는 계절이 바뀌는 때다.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는 것처럼 계절의 바뀜이 자연의 이치이기는 하지만,환절기를 무사히 보내려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환절기는 급격한 밤낮의 온도변화로 일교차가 심해 이에 마음먹고 대비하지 않으면 독감에 걸리는 등 큰코 다치기 십상이다. 위생과 섭생에 특별히 신경을 쓰는 것은 물론 필요없는 외출도 삼가고 과로를 피해야 하는 때가 바로 환절기가 아니겠는가.
지금은 누가 뭐래도 '정치적 환절기'다. 옛것을 바꾸고 새로운 것을 영접하는 정치적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의미를 지니는 '대선의 해'이니,왜 그렇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모두가 들떠있는 듯한 느낌이다. 사실 이럴 때일수록 환경이나 조건들이 시시각각으로 돌변하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현상들을 바로 보지 못하고 무리를 하려고 하는 것이 인지상정인가보다. 노무현 대통령은 엊그제 불쑥 연임제 개헌을 하겠다고 밝혔다. 갑작스럽게 중대한 국가적 의제가 발생한 셈인데,임기동안 그 많은 날을 두고 아무런 말이 없다가 왜 지금에야 그런 중차대한 제안을 하는 것인가. 노 대통령의 주장처럼 개헌이 '대통령의 권한과 의무'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국정에 관한 수많은 권한과 의무 가운데 왜 하필 이 시점에서 연임제 개헌이 최우선적 과제가 돼야 한단 말인가. 설사 연임제 개헌에 일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개헌논의가 단순히 권력구조라는 '원포인트'에만 한정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모처럼만의 헌법개정인만큼 자신의 이익과 소신을 관철하려는 사람들의 의지가 첨예하게 맞부딪쳐 헤라클레이토스의 경구처럼,"전쟁이 모든 것의 아버지가 되는 사태"가 벌어질 공산도 크기 때문이다. 또 개헌이 중차대한 사안인 만큼 일단 개헌절차가 시작되면 사람들의 정신을 쏙 빼놓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당장 민생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또 대통령선거는 순조롭게 치러질까. 아무리 생각해도 개헌은 정치적 환절기에는 무리가 아닐 수 없다.
열린우리당도 무리를 하는 것 같다. 신흥부자처럼 단 한번 선거에서 국회의 절대 다수당이 돼 위력도 발휘하고 각종 입법도 했는데,왜 갑자기 스스로 포기하고 신당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는 것인가. 정당이란 저녁에 켜졌다가 아침에 꺼지는 거리의 가로등과 같은 것이 아니다. 서구의 정당들을 보면,수백년 된 소나무처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세월의 무게를 견디며 꿋꿋이 서있다. 잘하면 잘한 대로,못하면 못한 대로 국민들로부터 평가도 받고 지적도 받아야 발전하는 법이다. 열린우리당처럼 잘 나갈 때는 백년 이상 버틸 정당처럼 기세가 당당하다가 지지도가 10%대가 됐다고 해서 꼬리를 내리고 새로운 대선후보를 내세우며 과거를 세탁하고자 한다면 국민들은 무엇을 보고 평가를 해야 한다는 말인가. 권력을 위해 정당의 본질훼손까지도 불사하는 것은 무리하는 것이다.
한나라당도 무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한나라당의 대선주자들이 잘 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그렇다고 정권을 잡은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승리는 오로지 같은 당의 유력한 경쟁자만 꺾으면 된다고 생각해선 오산이다. 당내 경쟁에서 이기기보다 국민들의 마음을 붙들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때일수록 천막당사 시절을 상기하면 무리를 하는 행동은 자제되지 않을까.
이 시기에 조심하고 무리하지 않는 사람이 적은 걸 보면 권력의 유혹이 크긴 큰 모양이다. 윤동주의 시어(詩語)처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두려움을 갖고 정치를 해야 하는데,'국민에 대한 두려움'이나 '민생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이 문제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 봄이 왔지만 봄같지 않다는 말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라지만,2만달러 시대같지 않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하지만,핵실험을 한 것 같지도 않다. 대통령 임기의 마지막 해지만,마지막 해인 것 같지도 않다. 결국 새해가 왔지만 새해가 온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분명 정치환절기에도 조심하지 않고 '오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환절기(換節期)는 계절이 바뀌는 때다.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는 것처럼 계절의 바뀜이 자연의 이치이기는 하지만,환절기를 무사히 보내려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환절기는 급격한 밤낮의 온도변화로 일교차가 심해 이에 마음먹고 대비하지 않으면 독감에 걸리는 등 큰코 다치기 십상이다. 위생과 섭생에 특별히 신경을 쓰는 것은 물론 필요없는 외출도 삼가고 과로를 피해야 하는 때가 바로 환절기가 아니겠는가.
지금은 누가 뭐래도 '정치적 환절기'다. 옛것을 바꾸고 새로운 것을 영접하는 정치적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의미를 지니는 '대선의 해'이니,왜 그렇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모두가 들떠있는 듯한 느낌이다. 사실 이럴 때일수록 환경이나 조건들이 시시각각으로 돌변하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현상들을 바로 보지 못하고 무리를 하려고 하는 것이 인지상정인가보다. 노무현 대통령은 엊그제 불쑥 연임제 개헌을 하겠다고 밝혔다. 갑작스럽게 중대한 국가적 의제가 발생한 셈인데,임기동안 그 많은 날을 두고 아무런 말이 없다가 왜 지금에야 그런 중차대한 제안을 하는 것인가. 노 대통령의 주장처럼 개헌이 '대통령의 권한과 의무'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국정에 관한 수많은 권한과 의무 가운데 왜 하필 이 시점에서 연임제 개헌이 최우선적 과제가 돼야 한단 말인가. 설사 연임제 개헌에 일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개헌논의가 단순히 권력구조라는 '원포인트'에만 한정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모처럼만의 헌법개정인만큼 자신의 이익과 소신을 관철하려는 사람들의 의지가 첨예하게 맞부딪쳐 헤라클레이토스의 경구처럼,"전쟁이 모든 것의 아버지가 되는 사태"가 벌어질 공산도 크기 때문이다. 또 개헌이 중차대한 사안인 만큼 일단 개헌절차가 시작되면 사람들의 정신을 쏙 빼놓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당장 민생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또 대통령선거는 순조롭게 치러질까. 아무리 생각해도 개헌은 정치적 환절기에는 무리가 아닐 수 없다.
열린우리당도 무리를 하는 것 같다. 신흥부자처럼 단 한번 선거에서 국회의 절대 다수당이 돼 위력도 발휘하고 각종 입법도 했는데,왜 갑자기 스스로 포기하고 신당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는 것인가. 정당이란 저녁에 켜졌다가 아침에 꺼지는 거리의 가로등과 같은 것이 아니다. 서구의 정당들을 보면,수백년 된 소나무처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세월의 무게를 견디며 꿋꿋이 서있다. 잘하면 잘한 대로,못하면 못한 대로 국민들로부터 평가도 받고 지적도 받아야 발전하는 법이다. 열린우리당처럼 잘 나갈 때는 백년 이상 버틸 정당처럼 기세가 당당하다가 지지도가 10%대가 됐다고 해서 꼬리를 내리고 새로운 대선후보를 내세우며 과거를 세탁하고자 한다면 국민들은 무엇을 보고 평가를 해야 한다는 말인가. 권력을 위해 정당의 본질훼손까지도 불사하는 것은 무리하는 것이다.
한나라당도 무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한나라당의 대선주자들이 잘 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그렇다고 정권을 잡은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승리는 오로지 같은 당의 유력한 경쟁자만 꺾으면 된다고 생각해선 오산이다. 당내 경쟁에서 이기기보다 국민들의 마음을 붙들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때일수록 천막당사 시절을 상기하면 무리를 하는 행동은 자제되지 않을까.
이 시기에 조심하고 무리하지 않는 사람이 적은 걸 보면 권력의 유혹이 크긴 큰 모양이다. 윤동주의 시어(詩語)처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두려움을 갖고 정치를 해야 하는데,'국민에 대한 두려움'이나 '민생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이 문제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 봄이 왔지만 봄같지 않다는 말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라지만,2만달러 시대같지 않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하지만,핵실험을 한 것 같지도 않다. 대통령 임기의 마지막 해지만,마지막 해인 것 같지도 않다. 결국 새해가 왔지만 새해가 온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분명 정치환절기에도 조심하지 않고 '오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