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야4당의 개헌논의 거부를 '독재시절의 발상''오만한 자세'라고 비판한 데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등은 일제히 비난성명을 발표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기자간담회가 끝난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들은 개헌에 따른 혼란과 분열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이런 국민의 뜻을 거스르며 개헌을 밀어붙이는 것이야말로 반민주적 독재적 발상"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지지율이 10%에 불과하고 대선패배가 분명해 보이는 상황에서 편가르기와 판 흔들기를 위해 개헌론을 들고 나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라며 "국민의 70%가 개헌에 반대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전 대표는 "임기 1년을 남기고 개헌을 얘기하는 게 맞느냐.질책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고,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기자간담회를 줄여서 표현하면 '일장훈시''고집불통''야당자극''논쟁유발'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국민들을 설득하는 자리였다기보다는 자기 주장만 앞세운 실망스런 기자회견이었고,야당에 대한 자극을 통해 새로운 논쟁을 만들어보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대통령의 초청을 거부하는 것은 (야당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의사표시의 하나"라며 "야당 대표와 국민의 뜻을 살피지 않고 자신의 정치일정대로만 가겠다는 것이야말로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개헌논란으로 정국과 국민을 불안하게 하기보다 민생에 전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중심당 이규진 대변인은 "개헌 논의를 벌이는 것보다 그동안 추진해온 국정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국민에게 진정으로 봉사하는 길"이라며 "다음 정권에서 개헌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 역시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개헌 추진은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노 대통령이 개헌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개헌 발의 전에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고 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인식·노경목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