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사리ㆍ대가리ㆍ고도리 "유지" … 통곡리ㆍ죽2리ㆍ파산동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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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군 산북면 하품리(下品里). 표고버섯 특산지인 이곳 주민들은 최근 이웃끼리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잦아져 속이 편치 못하다. 숙원사업이던 지명변경 사업이 주민 이견으로 꼬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사실 바꾸기로 의기 투합할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물 좋은 표고버섯을 시장에 내놓아도 '웬 하품?'이라며 농을 걸거나 심지어 가격까지 후려치는 황당한 경험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때마다 속으로'상품(上品)이나 정품(正品)리였더라면…'하고 생각했던 터였다.
시간문제 같았던 지명변경은 이런저런 의견에 휘말리더니 지난해 말 실시한 주민투표 이후 급기야 탈이 나버렸다. 하품1리의 압도적 지지에 힘입어 '정품리(正品里)'의 우세로 결론났지만,'주어리(走魚里)'를 주장해온 하품2리 일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군청에 정식 신청을 하지 못한 것이다.
이색지명으로 마음고생을 했던 지자체 주민들이 또다른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8월 행자부가 행정구역명칭 정비대상 후보 104곳을 발표하며 멍석을 깔아준 뒤 급물살을 탔던 지명변경 논의가 뜻밖의 복병을 만난 것이다. 고향을 떠난 출향민,마을 노인회 등의 반발은 물론 막상 의견수렴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의 반대표가 많았던 탓이다. 상당수 지역들은 말만 꺼내놓은 채 주민 3분의 2 찬성 조건을 갖추지 못해 지지부진한 처지다.
'통곡리(通谷里:강원도 춘천시)'와 '죽2리(竹2里:충북 증평군)'도 이런 이유로 수십년을 벼른 끝에 지난해 각각 '산수리'와'원평리'로 겨우 의견을 모았다. 2005년 '호산동(虎山洞)'으로 바꾼 '파산동(巴山洞:대구시 달서구)'은 그야말로 운이 좋은 케이스다. 주민 상당수가 반대했으나 지역기업인 삼성상용차의 파산(破産)을 계기로,관내에 위치한 성서공단이 적극 밀면서 명칭을 바꿀 수 있었던 것.
아예 '객사리(客舍里:전남 담양군)'처럼 고민 끝에 마음을 접은 경우도 많다. 주민들의 애착이 강해 '정'을 떼기가 쉽지 않았던 까닭이다. 대변리(大邊里:부산 광역시 기장군)는 멸치축제로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는 이유로,구라리(九羅里:경북 청도군),대가리(大佳里:전북 순창군),고도리(古道里:전남 해남군),야동리(冶洞里:충북 충주시) 등도 변경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친근하고,기억하기 좋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가 많아 추진을 포기했다.
경기도 동두천시는 지난해 10월 주민의견 조사를 벌인 결과 73%가 반대표를 던져 지명 변경이 무산됐다. 동두천은 소수의견으로 지명을 바꾸려 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어 찬반 세력 간 감정만 상하고 말았다.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과 신림동은 달동네 이미지를 벗고자 20년 넘게 주민의견을 모으려 했지만 여전히 찬반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관악구는 그동안 3차례나 지명변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괜한 부동산값만 들썩이자 올해는 조사 전문기관인 갤럽에 의뢰,주민의견을 객관적으로 진단키로 했다.
행자부 자치행정팀 관계자는 "평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막상 바꾸려면 주저하는 게 고향 이름"이라며 "충분한 공감대를 얻으려면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사실 바꾸기로 의기 투합할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물 좋은 표고버섯을 시장에 내놓아도 '웬 하품?'이라며 농을 걸거나 심지어 가격까지 후려치는 황당한 경험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때마다 속으로'상품(上品)이나 정품(正品)리였더라면…'하고 생각했던 터였다.
시간문제 같았던 지명변경은 이런저런 의견에 휘말리더니 지난해 말 실시한 주민투표 이후 급기야 탈이 나버렸다. 하품1리의 압도적 지지에 힘입어 '정품리(正品里)'의 우세로 결론났지만,'주어리(走魚里)'를 주장해온 하품2리 일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군청에 정식 신청을 하지 못한 것이다.
이색지명으로 마음고생을 했던 지자체 주민들이 또다른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8월 행자부가 행정구역명칭 정비대상 후보 104곳을 발표하며 멍석을 깔아준 뒤 급물살을 탔던 지명변경 논의가 뜻밖의 복병을 만난 것이다. 고향을 떠난 출향민,마을 노인회 등의 반발은 물론 막상 의견수렴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의 반대표가 많았던 탓이다. 상당수 지역들은 말만 꺼내놓은 채 주민 3분의 2 찬성 조건을 갖추지 못해 지지부진한 처지다.
'통곡리(通谷里:강원도 춘천시)'와 '죽2리(竹2里:충북 증평군)'도 이런 이유로 수십년을 벼른 끝에 지난해 각각 '산수리'와'원평리'로 겨우 의견을 모았다. 2005년 '호산동(虎山洞)'으로 바꾼 '파산동(巴山洞:대구시 달서구)'은 그야말로 운이 좋은 케이스다. 주민 상당수가 반대했으나 지역기업인 삼성상용차의 파산(破産)을 계기로,관내에 위치한 성서공단이 적극 밀면서 명칭을 바꿀 수 있었던 것.
아예 '객사리(客舍里:전남 담양군)'처럼 고민 끝에 마음을 접은 경우도 많다. 주민들의 애착이 강해 '정'을 떼기가 쉽지 않았던 까닭이다. 대변리(大邊里:부산 광역시 기장군)는 멸치축제로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는 이유로,구라리(九羅里:경북 청도군),대가리(大佳里:전북 순창군),고도리(古道里:전남 해남군),야동리(冶洞里:충북 충주시) 등도 변경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친근하고,기억하기 좋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가 많아 추진을 포기했다.
경기도 동두천시는 지난해 10월 주민의견 조사를 벌인 결과 73%가 반대표를 던져 지명 변경이 무산됐다. 동두천은 소수의견으로 지명을 바꾸려 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어 찬반 세력 간 감정만 상하고 말았다.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과 신림동은 달동네 이미지를 벗고자 20년 넘게 주민의견을 모으려 했지만 여전히 찬반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관악구는 그동안 3차례나 지명변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괜한 부동산값만 들썩이자 올해는 조사 전문기관인 갤럽에 의뢰,주민의견을 객관적으로 진단키로 했다.
행자부 자치행정팀 관계자는 "평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막상 바꾸려면 주저하는 게 고향 이름"이라며 "충분한 공감대를 얻으려면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