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이르면 이달 말께 한진해운과 공동으로 에쓰오일(S-Oil) 자사주 28.4%를 인수해 2대 주주로 올라설 전망이다.

이종희 대한항공 총괄사장은 지난 11일 저녁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 재계 신년인사회'에서 기자와 만나 "인수가격 외에 대부분 쟁점은 해결된 상태"라며 "1월 중 인수 여부가 결판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은 "현재 대한항공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에쓰오일측과 단독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아직 인수가격에 대해선 견해차가 있지만 이달 내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과의 공동 인수 여부에 대해선 "일단 대한항공 단독으로 인수가격을 확정한 뒤 한진해운과 인수 자금을 분담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한진그룹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이 인수자금을 8대 2 수준으로 분담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며 "전체 인수가액은 2조~3조원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대한항공은 지난해 연료값으로 2조5000억원을 썼을 정도로 전체 비용에서 항공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에쓰오일의 2대 주주가 되면 항공유를 보다 싼값에 안정적으로 들여올 수 있는 만큼 원가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 역시 지난해 벙커C유 구입에 9500억원을 지출했기 때문에 공동인수할 경우 연료비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여기에 한진해운은 에쓰오일이 중동 등지에서 국내로 들여오는 원유수송권도 '덤'으로 확보할 수 있다.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은 아울러 에쓰오일 자사주를 인수하면 최근 몇년간 시달려온 '유가 리스크'도 분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가가 오를 경우 에쓰오일로부터 받는 배당금이 늘어나는 만큼 유가 급등에 따른 비용 부담을 다소나마 상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자사주 인수가 성사되면 대주주인 아람코(35%)와 공동으로 이사회를 구성해 운영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사장은 올해 투입할 신규 노선에 대해선 "미국의 경우 휴스턴 마이애미 솔트레이크시티 등에 신규 취항할 계획"이라며 "스페인 마드리드와 오스트리아 빈 등 유럽지역에도 연내 하늘 길을 열 방침"이라고 말했다.

중국 동방항공의 저가 공세에 대해선 "2010년 전면적인 한·중 항공자유화를 앞두고 동방항공이 시장선점을 위해 무리한 마케팅을 벌이는 것 같다"며 "머지않은 시기에 시장이 안정되면 지나치게 떨어진 항공료도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사장은 아시아나항공이 추진 중인 서울~파리 노선 복수취항에 대해 "대한항공 입장에선 반대할 게 없다"면서도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아시아나가 입성할 경우 에어프랑스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에 복수취항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