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의 액세서리 시장을 장악해 온 14k 주얼리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2004년까지만 해도 관련업체 수가 15개를 웃돌았으나 최근 수요가 급속하게 줄어들면서 5~6개사만이 명맥을 유지할 정도로 위축됐다. 금값이 1년 새 1.5배가량 급등,가격 부담이 높아진 데다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으로 무장한 중국산 패션 액세서리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

14k 주얼리는 금 함량을 줄인 대신 가격을 저렴하게 낮춘 반지,목걸이,귀고리 등으로 1990년대 초반부터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92년 이랜드그룹이 '로이드'를 선보이면서 마니아층을 형성하기 시작,전문업체인 미니골드가 장동건·김희선씨 등 최고 몸값의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면서 저변을 넓혔다.

사정이 급변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 무렵부터. 매출 1위사로 꼽히던 미니골드의 매장수가 2004년 150여개로 꼭짓점을 찍은 뒤 최근 130개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태호 롯데백화점 잡화팀 바이어는 "로만손이 운영하는 '제이 에스티나',이랜드그룹의 '로이드' 등 모기업이 튼튼한 업체들을 빼놓고는 대부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14k 주얼리 시장이 침체된 첫 번째 요인은 소비 양극화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소장 가치를 중시하는 층은 순금이나 다이아몬드,수입 명품 브랜드 등으로 몰리는 반면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층은 저가 패션 액세서리에 눈을 돌리고 있다. '토털 코디'가 유행,젊은 층들이 장신구보다는 패션에 어울리는 다양한 액세서리를 선호하기 시작한 점도 14k 주얼리 시장을 위축시켰다. 최혁재 토토로 실장은 "옷에 맞춰 액세서리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보통 20만원 안팎인 14k 제품보다는 3만원가량에 구입할 수 있는 코스튬 주얼리(은,합금,모조보석 등을 활용한 액세서리)의 인기가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값이 1년 사이 50%가량 급등해 가격 부담이 생긴 것도 14k 전문업체들에 업종 전환을 재촉하는 요인"이라며 "종로 등에 산재한 제조업체들은 미국 일본 등지로 수출길을 열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중국,베트남,터키산에 밀리고 원화가치도 급격히 상승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