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부동산 시장에 '거품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한국과 중국 홍콩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최근 몇 년간 급등세를 지속해 온 부동산 시장의 버블이 조만간 터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는 '부동산 거품 얼마나 심각한가'라는 최근 분석 기사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주요 국가에서 부동산 가격이 두 배 내지 많게는 세 배나 올랐다"며 "올해는 그 거품이 빠져 세계 경제에 큰 부담을 주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고 보도했다.

특히 세계 경제의 '견인차'인 미국을 비롯해 아일랜드와 호주,홍콩 및 스페인 등에 우려가 모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도 지난해 서울의 집값이 19% 가까이 상승해 정부가 2012년까지 주택 100만호를 공급할 것임을 약속했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14일 중국사회과학원 보고서를 인용, "현재 중국 부동산에는 극심한 버블이 끼어 있으며 이를 효율적으로 제거하지 않으면 90년대 일본에서 나타났던 부동산 버블붕괴와 유사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회과학원 보고서는 "1990년 초 일본에서 자산버블이 붕괴되기 전에 나타났던 화폐가치의 급등과 주식시장의 활황 그리고 부동산가격의 폭등 현상이 그대로 중국에서 재연되고 있다며 이 같은 일이 중국에서 재연되지 않도록 정부가 대출을 더욱 죄야 한다"고 촉구했다.

IHT는 거품 붕괴가 이미 미국 아일랜드와 호주 등지에서 시작됐다면서 미국의 집값이 지난해 10월 평균 22만1000달러로 한해 전에 비해 3.5% 하락했음을 상기시켰다.

이는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신문은 "각국 부동산 시장에서 거품이 터지면 그것이 소비에 타격을 가해 결국 성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모건 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는 "1999년 증시 붕괴와 유사한 위험이 미국의 부동산 시장에 도사리고 있다"며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미국 경제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소비의 위축으로 성장률이 최소한 2%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5.25%까지 오른 상황에서 지나치게 많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잔고도 위험요소로 지적된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모기지 잔고는 지난해 9월 기준 12조8000억달러로 지난 10년 사이 무려 5조달러 이상 늘었다.

도이체방크는 '미국 다음은 유럽인가'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부동산 거품이 유럽에서 가장 심한 아일랜드를 비롯해 스페인 등지의 부동산 가격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IHT는 그러나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세계 부동산 거품이 한꺼번에 꺼지는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갑작스런 거품붕괴를 예방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선태 기자·베이징=조주현 특파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