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비정규직 법률'의 7월 시행을 앞두고 비정규직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라는 당초 법 개정 취지와는 달리 일각에서는 이번 새 법안이 비정규직의 고용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일부 기업에서는 기존 비정규직 근로자와 재계약을 꺼리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기업에 근로자를 파견하는 아웃소싱 업체 중 국내 최대인 제니엘의 박인주 회장.비정규직 법률 시행의 최대 이해 당사자 중 한 명이기도 한 그는 이처럼 소용돌이 치는 국내 고용시장에 대해 색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고용 불안 등 비정규직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게 박 회장의 생각이다.

박 회장은 "파견근로자 등 비정규직 고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근로 계약 형태가 바뀌는 것은 스피드 경영을 요구받는 기업의 환경 변화를 감안할 때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며 "이제는 비정규직을 청년실업 해소,기업의 신속 경영에 필요한 인력 양성 등의 대안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규직의 임금 수준에 비해 현저하게 낮을 경우 노동위원회 제소를 통해 이를 시정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등 비정규직 근무환경이 진일보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7월 시행하는 비정규직 법의 영향과 관련한 논란이 뜨거운데요.

"이번 법의 영향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늘어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우리은행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노동 조건이 정규직보다 현저하게 나쁠 경우 노동 관련 부처에 제소할 수 있는 등의 안전 장치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새 법은 기본적으로 비정규직에게 유리한 제도입니다.

기업들이 정규직 전환을 최소화하기 위해 2년간만 비정규직으로 고용한 후 해고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만 몇 개 기업을 거치면서 실무 능력을 충분히 쌓은 근로자들은 정규직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다만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시기를 2년으로 잡은 것은 다소 짧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업무 숙련도가 높아져 정규직 전환을 고민할 수 있는 시기는 3년 정도입니다."

-비정규직과 파견근로자,아웃소싱 등의 용어가 서로 뒤섞여 쓰이면서 일반 국민들은 의미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파견근로자는 비정규직의 일종입니다.

인력 파견 업체가 기업에 사람을 파견한 후 급여와 인사 관계만 파견 회사가 맡고 그 외의 업무 지시 등은 인력을 파견받은 기업이 담당합니다.

관련 법에 따라 26가지 업종에 대해서만 인력을 파견할 수 있으며 실제로는 이 중 10개 정도의 업종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현재 파견근로자 수는 13만여명 내외입니다.

아웃소싱은 모든 업무의 관리와 지휘를 전문 업체에 완전히 맡기는 형태입니다.

파견근로나 아웃소싱이 이뤄지는 대표적인 업종으로는 콜센터,유통판매,제조관리 등이 있습니다.

특히 콜센터는 전문 업체에 맡겼을 때 생산성이 훨씬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인력이 파견 형태로 운영됩니다.

제조업종에 속하는 대기업도 전체 근로자의 30% 정도를 파견이나 아웃소싱 등의 형태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전문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기업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 환경이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일단 고용을 하고 나면 근로자에 대해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신규 인력을 충원한 분야의 경영 환경이 바뀌면 해당 인력은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최근 또 다시 파업을 결의한 현대자동차 노조에서 볼 수 있듯이 노조 활동이 걱정돼 정규직 대신 파견근로자를 선택하는 곳도 있습니다.

높아진 이직률도 정규직 채용에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애써 키운 인재가 다른 회사로 이직해 버리면 회사는 '닭 쫓던 개'의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아웃소싱 업체가 채용과 교육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기 때문에 일반 기업보다 양질의 인력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발굴하고 양성합니다.

파견받는 회사는 오로지 핵심 인력만 보유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반적으로 인력의 전문화 내지 프로화가 촉진됩니다. 실제로 콜센터 등 일부 산업에서는 일반 기업이 자체 교육한 근로자보다 파견근로자의 업무 효율이 20~30% 높습니다."

-파견근로자들의 업무 효율이 더 높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신 상태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일단 정규직으로 채용되면 업무 능력을 늘리는 것보다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일에 골몰하는 경향이 많은 반면 파견근로자들은 업무 능력을 키워 정규직이 돼야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훨씬 더 적극적으로 일합니다.

이들은 정규직으로 전환한 다음에도 '내가 다니는 기업이 최고다','어렵게 들어온 회사인 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등의 생각을 가집니다."

-현재 한국의 아웃소싱 및 파견근로 업계 현황은 어떻습니까.

"규모가 가장 큰 제니엘의 경우 매출이 연간 1200억원 선입니다.

매출이 2조~3조원에 달하는 업체들이 즐비한 이웃나라 일본에 비하면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대졸자들은 취업난을 겪으면서도 아웃소싱 기업을 통해 파견근로자로 취업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청년실업이 문제라고 합니다만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허덕입니다.

'대학을 나왔으니 그럴 듯한 회사에 다니며 넥타이를 매고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취업난을 가중시킵니다.

파견 업체를 통해 일을 하면서 직무 능력을 키우는 것이 단순히 필기시험을 준비하는 것보다 더 적극적인 정규직 취업 준비로 볼 수 있습니다.

업무 능력이 뛰어난 경우에는 파견기간 중에도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파견회사를 '인건비를 떼어 먹는 곳'으로 보는 부정적인 인식도 아웃소싱 업체를 통한 취업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인데 주로 기업 노조가 이 같은 악성 루머를 퍼뜨리는 온상입니다.

실제 아웃소싱 업체의 이익률은 3%를 넘기 어렵습니다."

-제도적으로 바뀌어야 할 부분은 없는지.

"정부에서는 비정규직이 많은 것을 문제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기업이 결정할 문제라고 봅니다.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일자리와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만 있으면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제도상의 결함도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26개 직종에 한해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있는데 이 중 실제로 파견근로가 이뤄지는 직종은 10여개에 불과합니다.

각종 단체들의 압력 때문이지요.

일본은 재작년부터 파견근로에 대한 제한을 없앴습니다."

-노인이나 장애인 등도 파견근로가 가능한지요.

"최근에는 60세 내외의 근로자들도 젊은 층 못지 않게 일을 잘합니다.

신용카드 특송 분야를 노인용 업무로 개발해 인력을 파견하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장애인도 업종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소외계층의 취업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례로 톨게이트의 요금 징수원 같은 직종은 노인이나 장애인으로 대체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