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G마켓 등 온라인 장터(오픈 마켓)들 사이에 '할인 쿠폰 전쟁'이 뜨겁다.

판매 상품 구성을 손수 하는 인터넷 몰(신세계닷컴,삼성몰 등)과 달리 다수의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만 하던 온라인 장터 업체들이 상품 판매자가 누구냐에 관계 없이 사이트 전체에서 쓸 수 있는 할인 쿠폰 발행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옥션은 지난해 10월 말부터 현재까지 총 100만장가량의 쿠폰을 '살포'하다시피 했다.

지난해 4월 할인 쿠폰 발행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한 달 평균 쿠폰 발행량을 5배 가까이 늘린 것.이 회사는 또 기존 1000~5000원씩 할인해주는 정액 할인 쿠폰으로는 지출이 큰 VIP 고객을 잡기 힘들다고 판단,구매액에 관계 없이 최고 10%까지 비율을 정해 할인하는 정률 쿠폰의 비중도 3배 이상 높였다.

올 들어 매일 1만장의 할인 쿠폰을 뿌리고 있는 G마켓(www.gmarket.co.kr)의 맞불 작전도 볼 만하다.

기존 1000~5000원에 불과하던 액면 금액을 크게 높여 최고 10만원짜리(상품 가격 50만원 이상일 때 사용 가능)까지 내놨다.

옥션은 회사측이 정책적으로 대상을 정해 배포하는 반면 G마켓은 물건을 사면 쌓이는 'G스탬프'를 모아 'G로또'에 응모해 당첨되면 고액 쿠폰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 밖에 엠플 다음온켓 GSe스토어 등 3위 싸움을 벌이는 업체들도 다양한 할인 쿠폰제를 시행하며 고객 확보와 점유율 상승을 꾀하고 있다.

이처럼 온라인 장터 쿠폰이 대량 발행되면서 남는 쿠폰을 사용자 간에 서로 사고 파는 거래소까지 생겨났다.

네이버 카페인 '할인쿠폰 연구소(cafe.naver.com/couponnara)'나 다음 카페 '지마켓 할인쿠폰 모음(cafe.daum.net/ggcoupon)' 등이 대표적이다.

보통 1만원 할인 쿠폰(3만원 이상 구매시 활용 가능)이 2000~3000원 정도에 거래가 이뤄진다.

이렇다 보니 "온라인 장터에서 쿠폰을 안 쓰고 물건을 사면 바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온라인 장터 업체들이 이처럼 할인 쿠폰 발행을 늘린 것은 선·후발 업체 간 시장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업계 1·2위를 다투는 옥션과 G마켓은 방문자 수와 매출에서 매달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다.

엠플 등 후발 주자들의 도전도 거세다.

업체 간 경쟁 심화가 소비자들에게 쿠폰 할인 혜택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출혈'에 가까운 쿠폰 발행으로 업체의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고 이것이 입점 판매자들에게 수수료율 인상으로 전가돼 제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현상'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경쟁의 역설'로 설명한다.

실시간으로 가격비교가 이뤄지는 온라인 장터 내에서 일어나는 판매자 간 경쟁은 가격을 끌어내리는 효과를 내왔지만,운영사 간의 무한 경쟁은 마케팅 비용 증가를 불러 오히려 판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온라인 장터가 차츰 몇몇 '파워 셀러(실적 좋은 판매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 '적자생존'식 출혈 경쟁이 끝나면 판매자들이 일제히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G마켓에 '미니 숍'을 운영 중인 의류 판매자 김모씨는 "마케팅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온라인 장터 업체가 수수료율을 점차 높이는 추세라 판매원가 압박이 심하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